2차대전 유대인 수용소 있던 소도시
희생 난민 위한 공동묘지 조성키로
희생 난민 위한 공동묘지 조성키로
인구 2000명에 불과한 이탈리아 남부 소도시 타르시아에 들어서면 곳곳에 ‘평화’와 ‘연대’라는 낱말이 적힌 표지가 보인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세워진 유대인 강제수용소가 있던 이곳에 지중해에서 숨진 난민들을 위한 첫 공동묘지가 만들어진다고 29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보도했다.
로베르토 아메루소 타르시아 시장은 “우리 땅의 일부를 난민 희생자를 위한 묘지로 헌정하는 것은 인류애를 실천하는 일”이라며 “이번 묘지 조성은 페라몬티 강제수용소가 남겨진 공간에서 살아온 시민들의 ‘문화적 디엔에이(DNA)’에서 비롯된다”고 전했다.
페라몬티 수용소는 1940년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에 의해 세워진 유대인 수용소인데, 수용된 3000여명의 유대인 중 500여명은 독일 나치의 박해를 피해 유럽에서 에게해를 건너 터키로 도망치려다 좌초된 배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이었다. 이 수용소로 옮겨졌던 이들은 독일로 이송되기 직전인 1943년 영국군에 의해 풀려났다.
유엔 발표를 보면, 2014년 이후 유럽으로 오려다 지중해에서 숨지거나 실종된 난민은 1만명 가까이 된다. 지금까지는 이탈리아 남부 해안으로 떠밀려오는 시신을 시민들이나 난민 활동가들이 수습해 근처 묘지에 묻어왔다.
이번 묘지 조성 프로젝트를 주도한 난민 활동가 프랑코 코르벨리는 “이들의 죽음을 추모할 만한 공간이 없다”며 “죽음의 순간만이라도 이들의 존엄성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타르시아는 지난해 터키 남부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돼 전세계에 난민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운 시리아의 세살배기 난민 알란 쿠르디의 이름을 따 묘지 조성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메루소 시장은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묘지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동시에 유럽 사회에 정치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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