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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칠콧 보고서 “영국의 이라크 전쟁 참전은 총체적으로 부적절”

등록 2016-07-06 21:03수정 2016-07-06 22:52

150여명 진술과 15만건 문서 검토… 조사 착수한 지 7년만에 공개
칠콧 경 “영국군의 군사적 행동은 최후 수단 아니었다”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엘리자베스 2세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존 칠콧 경이 이라크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엘리자베스 2세 콘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존 칠콧 경이 이라크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런던/AP 연합뉴스

2003년 발발한 이라크 전쟁에서 영국의 참전에 대한 정당성을 조사해온 ‘칠콧 보고서’가 조사를 시작한 지 7년만에 공개됐다. 조사를 주도한 존 칠콧 경은 영국의 이라크 전쟁 참전이 ‘총체적으로 부적절한’ 결정이었다고 평했다.

칠콧 경은 6일(현지시각) 조사 보고서를 공개하며 연 기자회견에서 “영국 정부는 군비 축소를 위한 평화로운 수단이 모두 사라지기도 전에 이라크 전 참전을 결정했다”며 “조사위원회는 당시 군사적 행동이 최후의 수단이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고 <에이피>(AP)등 외신이 보도했다.

칠콧 경은 이어 영국 정부가 이라크 전쟁 전후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된 대책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과 대량살상무기의 위험성은 토니 블레어 전 정부에서 불확실하게 평가됐다”고 했으며, 참전 이후의 결과도 평가절하됐다고 밝혔다. 칠콧 경은 “영국 정부는 알 카에다의 활동이나 이라크 국내의 전반적인 불안정성 등 전후 상황에 대한 위험을 사전에 인지했어야 했다”며 당시 영국 정부의 참전 결정이 전체적으로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칠콧 경은 조사 내용이 영국군의 군사 행동의 적법성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당시 이라크 전 참전 결정이 적법한 토대 위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은 법적으로 만족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칠콧 경은 2002년 6월 블레어 전 총리가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나는 당신과 함께할 것이다”라는 문구가 담긴 비밀 메모를 보냈다고 밝혔다. 임기 내내 부시 전 대통령의 대외 정책을 지지하며 ‘부시의 푸들’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블레어 전 총리가,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기 1년 전부터 이라크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다.

조사위원회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라크전 참전을 결정한 토니 블레어 전 총리는 즉각 성명을 내 당시의 결정을 비호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예외나 변명 없이 당시 있었던 어떠한 실수에 대해서라도 모든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사담 후세인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영국군을 투입하겠다는 나의 결정에 대해 사람들이 찬성하든 반대하든, 나는 이것이 영국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신념을 갖고 결정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보고서가 공개된 뒤 “모두가 이번 보고서를 매우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며 당시의 결정으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3년 5월29일, 당시 영국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바사르 지역의 영국군 주둔지를 찾아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바스라/AP 연합뉴스
2003년 5월29일, 당시 영국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 바사르 지역의 영국군 주둔지를 찾아 장병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바스라/AP 연합뉴스

영국의 이라크조사위원회가 2009년부터 조사한 결과를 담은 이 보고서는 위원장을 맡은 원로 공무원 존 칠콧 경의 이름을 따 일명 ‘칠콧 보고서’로도 불린다. 150여명의 진술과 15만건에 달하는 문서를 검토한 것을 토대로 7년만에 발간된 이번 보고서는 총 12권에 달한다. 앞서 칠콧 경은 “보고서를 통해 이라크 전쟁에서 숨진 영국군들의 가족을 도울 수 있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2003년 시작된 이라크 전쟁에서는 총 179명의 영국군이 숨졌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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