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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독일 의회 성폭력 범죄 인정 범위 확대

등록 2016-07-07 17:16수정 2016-07-07 21:03

여성의 ‘노’(No)는 더이상 ‘예스’(yes)가 아니다.

성폭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저항하지 않아도, 말로 ‘안돼’라고 의사 표현을 했다면 가해자가 성폭행을 한 것으로 인정되는안 된다면 안 돼’(No means No) 법안이 7일 독일 연방하원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 등 외신들이 6일 전했다.

안 된다면 안 돼’ 입법 운동은 2012년 독일의 유명 여성 모델인 지나리자 로핑크가 두 명의 남성에 의해 강제로 약물을 먹고 성폭행을 당한 사건으로 인해 촉발됐다. 당시 가해자들이 찍었던 영상에서 로핑크는 분명하게 “안 돼”, “그만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강압적인 상황에서 성관계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며 무죄 판결을 내렸고, 오히려 로핑크가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벌금 2만4000유로(약 3000만원)를 부과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는 이 사건이 알려지자 독일 사회에는 성폭행을 정의하는 폭넓은 법 규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졌고, 곧 ‘안 된다면 안 돼’ 법안 입법을 추진하는 시민단체의 캠페인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31일 쾰른역 광장에서 열린 새해맞이 행사에서 약 400여건의 성범죄가 동시에 일어났던 사건 역시 ‘안 된다면 안 돼’ 입법 운동이 거세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2월31일 새해맞이 축제에서 집단 성폭력이 발생한 독일 퀼른 중앙역 앞에서 올해 1월6일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쾰른/AP 연합뉴스
지난해 12월31일 새해맞이 축제에서 집단 성폭력이 발생한 독일 퀼른 중앙역 앞에서 올해 1월6일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쾰른/AP 연합뉴스

로핑크 사례처럼 피해자가 ‘안 된다’는 의사 표시를 명확히 했음에도 가해자가 기소되지 않거나,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받지 못한 사례는 2001~12년 사이 107건에 이른다. 이는 성폭력을 규정하는 독일 형법이 ‘피해자가 물리적으로 저항했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독일 형법에선 성폭행의 구성 요건으로 ‘강압’, ‘피해자의 생명이나 신체를 위협’, ‘피해자가 가해자의 의지에 좌우돼 보호받지 못함’ 등 3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즉, 피해자는 자신이 물리적으로 저항했다는 증거를 남겨야 하는데, 여성단체들은 이 조항이 실제 성폭행 상황과 괴리가 크다고 주장해 왔다.

독일의 성범죄 관련 법률이 다른 국가들보다 뒤쳐져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에선 1983년, 영국에선 1994년 ‘부부간 성폭행’이 인정된 것에 비해, 독일에선 1997년에서야 부부간 성폭행이 인정됐다. 또 독일에선 매년 평균 8000여건의 성폭행 신고가 이뤄지는 반면, 신고된 범죄는 실제로 일어나는 범죄의 10%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안 된다면 안돼’ 법안에 대한 독일 내 여론도 우호적이다. 여론조사 업체인 ‘인프라테스트 디맵’ 조사를 보면, 응답자 1000여명 중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86%였다. 현행 법률로 충분하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더 세밀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가 약에 취했거나 의식을 잃었을 경우, 즉 ‘안 된다’는 의사를 말로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적절한 보호장치를 법안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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