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프랑스 센에마른주에 자리한 한 난민 거주 시설에서 난민 신청자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센에마른/AFP 연합뉴스
한 중국 관광객이 독일에서 여행을 하다 실수로 난민 신청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남성은 영어나 독일어를 하지 못해 약 2주간 난민 시설에서 거주해야 했다고 영국 방송 <비비시>(BBC)가 8일 전했다.
지난 7월 초,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지역을 혼자 여행하던 31살의 중국 남성은 지갑을 도둑맞은 사실을 신고하려다 실수로 망명 신청을 했다. 이 남성은 이후 다른 난민들과 함께 난민 시설로 옮겨졌고, 2주간 이 시설에서 먹고 자며 생활했다.
이 관광객이 난민이 아니라는 사실은 시설 봉사자를 통해 밝혀졌다. 난민 시설에서 일했던 크리스토프 슐뤼터만 적십자사 직원은 “그는 다른 난민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었다. 매우 무기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상함을 감지한 슐뤼터만은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 남성과 대화를 할 수 있었는데, 슐뤼터만은 “애플리케이션에서 ‘나는 다시 해외여행을 하고 싶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방문하고 싶다’라고 나왔다”고 전했다.
슐뤼터만은 이후 남성의 신원 확인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이 중국인 관광객은 망명 신청을 한 뒤 난민 자격 심사를 위해 건강 검진이나 지문 등록 등의 절차를 모두 거쳤는데, 이 과정에서 여권과 비자가 모두 압류당해 신원을 확인할 수 없었다. 슐뤼터만은 난민 시설 근처의 중국 음식점에서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을 찾는 등 백방으로 뛰었고, 다행히 망명 신청은 중단됐다.
이 사연을 전한 독일 현지 방송은 “중국인 관광객은 화를 내진 않았지만, ‘유럽은 다를 줄 알았다라는 말을 남기고 독일을 떠났다“고 전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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