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 망명을 보도한 화면 갈무리. 사진은 런던 주택가에 위치한 주영 북한대사관.
가족과 함께 제3국 망명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은 선전 담당 태용호 부대사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의 영사업무 담당 외교관이 이달 초 부인과 자녀를 동반해 탈북 망명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익명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비비시>는 태씨가 영국에서 10년 동안 아내, 아이와 함께 거주해왔는데, 몇주전 런던 서부 자택에서 사라졌다고 전했다. 태 공사는 덴마크에서 유학했고, 1993년 덴마크 대사관을 시작으로 스웨덴, 영국 등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는 등 북한 외무성 내에서 손꼽히는 서유럽 전문가로 알려졌다. 영국에서는 북한 정권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영국에서 잘못 보도되고 오해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태씨의 주요 임무였다고 방송은 전했다. 영국에서 태씨는 영국인들이 지배층에 세뇌됐다고 주장하는 연설을 한 적도 있다. 그는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자 “영국이나 미국에 있는 이들이 자유로운 교육, 주거, 의료가 있는 나라가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북한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서구) 매스미디어들이 우리나라에 대해서 충격적이고 끔찍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이유”라고 말했다. <비비시>는 그러나 태씨가 북한 정권을 선전하는 일에서 마음이 떠난 듯하다고 전했다. 태씨는 올여름에 임기를 마치고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태씨의 자녀들은 근처 공립학교에 다녔고 이들 중 한 명은 그 지역의 한 테니스 클럽에서 열심히 활동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막내 아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루이스 프라이어(19)는 막내 아들이 지난달 중순 사라졌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프라이어는 태씨의 막내 아들이 덴마크에서 태어났으며 북한으로 돌아갔다가 4년 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온 것으로 안다고 했다. 프라이어는 태씨의 막내 아들이 임페리얼칼리지에 진학해 수학과 컴퓨터 공학을 전공할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존 닐슨 라이트는 <비비시>에 “(태씨와 같은) 고위급 망명이 확인된다면 북한 정권에 굉장히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며 “런던은 북한 정권이 상당한 외교관을 주재시키며 비용 부담을 감수하는 등 북한이 외교에서 우선순위를 두는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