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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이라크전 참전잘못, 잊어선 안돼” 1444명이 ‘칠콧보고서’ 릴레이 낭독

등록 2016-08-23 22:27수정 2016-08-23 22:27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서
코미디언·참전군인·정치인 등
매년 8월 열리는 세계 최대의 공연예술 축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칠콧 보고서를 릴레이로 낭독하는 ‘이라크 아웃 앤 라우드’(Iraq Out & Loud)가 진행됐다. 지난 8일 오후 6시에 시작된 낭독은 모두 1444명이 참가해 284시간45분 뒤인 20일 끝났다.

칠콧 보고서는 2003년 이라크전 참전 전후를 둘러싼 토니 블레어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 보고서로, 영국의 참전을 부적절한 정보에 근거한 잘못된 결정이라고 결론 내렸다. 7년여 조사기간을 거쳐 지난달 6일 12권(6000쪽)의 최종보고서가 발간되었다. 발간 직후 영국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으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금세 잊혔다.

코미디언 부트비 그래포는 “이라크전 참전과 같은 끔찍한 실수가 반복되지 않을 것인가?”라는 의문 끝에 릴레이 낭독에 착안했다. 낭독회의 기획자 밥 슬레이어의 말처럼 “심각한 주제에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1천파운드의 예산은 슬레이어와 지인들의 자비 부담, 그리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충당됐다.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지원자는 인터넷 예매 사이트를 통해 5파운드(약 7천원)를 지불하고 낭독 시간을 예약한다. 작은 오두막 안에 시간당 최대 6명의 지원자가 들어가 10분 동안 보고서를 읽어나가는 식이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소속의 토미 셰퍼드 의원, <비비시>(BBC) 라디오 4의 진행자 마크 로슨 등 정치인, 언론인, 이라크전 참전용사,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참여중인 예술가 등 낭독 지원자들의 배경은 다양했다.

슬레이어는 “예상치 못한 사람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낭독이 끊기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연을 마친 코미디언이 청중을 이끌고 지원자가 드문 새벽 3시에 나타나기도 했고, 코미디언 캐미 싱클레어는 기린 복장을 한 채 토요일 밤 2시부터 아침 7시까지 다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혼자 낭독을 이어갔다. 매일 아침 차를 준비해준 카페 주인도 있었다.

낭독에 참가한 전직 저널리스트 에티엥 두발은 낭독회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아무도 듣지 않는데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의미가 있냐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무에 가까울 정도로 약한 목소리일지라도 여기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읽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에딘버러/글·사진 황정원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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