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해적당 공동 창립자인 비르기타 욘스도티르가 총선이 치러진 29일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개표 결과를 지켜보다 박수를 치고 있다. 레이캬비크/AP 연합뉴스
“해적당은 사회를 재조직하려는 진보적인 사람들, 그리고 젊은이들을 위한 플랫폼이다. ‘로빈 후드’와 같다. 로빈 후드도 산적이었다. 우리는 권력을 집권층에게서 민중에게 돌려놓기를 원한다.”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공동 창립자인 비르기타 욘스도티르(49)는 총선에서 2위를 한 30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해적당은 2013년 총선에서 3석을 얻은 군소정당이었으나 이번에 의석수를 3배 이상인 10석으로 늘려 제도권 안착에 성공했다.
욘스도티르는 2012년 설립된 아이슬란드 해적당의 공동 창립자이면서 사실상의 지도자로 꼽힌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아이슬란드 해적당에 공식 대표가 없지만 해적당 사람들은 욘스도티르를 지도자로 여긴다고 전했다. 욘스도티르는 자신을 시인이자 정치가라는 뜻인 ‘포이티션’(Poetician)이라고 말해온 인물이다. 20살 때 첫 시집을 냈고 무정부주의에 심취했으며 웹디자이너로도 일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정치권 개혁을 요구하며 창당한 신생 정당 ‘시민운동’ 소속으로 당선됐으며, 2012년 아이슬란드 해적당을 공동 창당했다. 2010년 줄리언 어산지와 함께 미군이 2007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헬리콥터로 민간인 10여명을 살해하는 영상을 공개하는 데도 참여했다.
해적당이 창당 4년 만에 2위 정당까지 도약하리라고는 욘스도티르 자신도 예견하지 못했던 일이다. 해적당은 2009년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 파탄과 올해 4월 ‘파나마 페이퍼스’로 진보당의 시그뮌뒤르 귄뢰이그손 총리가 조세회피처에 재산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분노한 국민들이 대안정당인 해적당으로 몰리면서 지지율이 한때 40%대까지 치솟았다. 욘스도티르는 해적당 공약으로 신헌법 제정, 어산지 망명 허용,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 등을 내걸었다. 해적당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비판도 많다.
욘스도티르가 총리가 되고 해적당이 집권당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총선에서 1위를 차지한 중도우파 독립당(21석)이 연정 파트너였던 진보당(8석) 등과 함께 정부 구성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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