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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하이힐 안 신었으면 집에 가라”…영국여성도 직장내 차별 ‘시름’

등록 2017-03-07 11:59수정 2017-03-07 21:23

여성들에 강요되는 직장내 옷차림
6일 하원 청원위원회 토론회서 증언 쏟아져
의원들 “마치 1850년대 얘기 듣는 것 같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남성 고객들에게 어필하려면 블라우스 단추를 풀어라.”

“2인치(약 5㎝) 이상의 하이힐을 신어라.”

“머리를 금발로 염색해라.”

6일(현지시각) 영국 하원 청원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직장 내에서 강요되는 옷차림으로 인해 영국 여성들이 겪는 차별적 사례들이 공개됐다. 하이힐로 인해 발목 통증을 겪는 사례는 흔했고, 여성 직원의 외모에 대한 규정도 머리 모양부터 옷차림까지 다양했다. 토론회를 개최한 하원 청원위원회의 헬렌 존스 노동당 의원은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볼 수 있는 사례는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증언을 들으면서 마치 1950년대 시절 같다고 얘기하려 했는데, 아마 1850년대 시절 같다고 얘기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6일 영국 의회 앞에서 니컬라 소프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소프는 지난해 ‘직장 내에서 여성에게 특정한 옷차림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의회에 냈다. 런던/AP 연합뉴스
6일 영국 의회 앞에서 니컬라 소프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소프는 지난해 ‘직장 내에서 여성에게 특정한 옷차림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의회에 냈다. 런던/AP 연합뉴스
이번 토론회는 영국의 한 회계법인에서 일했던 니컬라 소프(28)의 탄원서에서 시작됐다. 소프는 2015년 12월부터 회계법인의 안내 데스크 담당자로 일했는데, 하루는 직장 상사가 2인치(5㎝) 이상의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프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이 발생했다.

여성에게 하이힐을 강요하는 것은 차별적이라고 느낀 소프는 지난해 3월 ‘직장 내에서 여성에게 특정한 옷차림을 요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법’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의회에 냈고, 약 15만명이 서명하면서 소프의 청원서는 전국적으로 알려졌다.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하는 동안 운동화나 플랫 슈즈를 신은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며 소프의 청원을 지지했다.

이후 영국 하원 청원위원회와 여성위원회, 평등위원회는 지난해 6월8일부터 15일까지 약 1주일간 직장 내 옷차림에 대한 성차별 실태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고, 차별적 사례 730여건을 모은 보고서를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했다.

토론회에서 공개된 사례는 매우 다양했다. 오랜 기간 하이힐을 신은 여성이 엄지발가락이 치우치는 무지외반증이나 발목 통증을 겪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라거나, 여성 직원에게 네일아트·메이크업을 받을 것을 요구하는 사례도 흔했다. 매장에서 점원으로 일했던 한 여성은 크리스마스 시즌 당시 직장 상사로부터 “남성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블라우스의 윗 단추를 풀어라”라는 성희롱적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노동당의 질리언 퍼니스 의원은 자신의 딸도 직장 내에서 하이힐을 신다 발목과 발을 잇는 뼈가 부러지는 ‘중족골 골절’을 입은 적이 있다고 회고하며 “많은 여성들이 하이힐로 고통을 받지만, 회사로부터 보상은커녕 질병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존스 의원은 역시 “항의하면 해고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여성들은 하루 종일 고통을 감내하거나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옷, 성적으로 대상화되는 옷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영국에서 2010년 제정된 평등법은 직장 내에서 성별이나 나이, 성적 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토론에 참여한 하원 의원들은 평등법이 좀 더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보완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캐럴라인 다이니지 보수당 의원은 토론 직후 “전국의 사업장들은 성차별적인 규정이 없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유발하는 이같은 드레스 코드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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