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총선 전야 헤이그를 가다
13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 시내 거리의 선거 벽보에는 20개가 넘는 정당들의 포스터가 붙어 있다. 벽보의 제일 윗줄 왼쪽이 자유민주당, 왼쪽 셋째가 극우 자유당의 포스터다.
반이민·EU탈퇴 외쳐 인기몰이
과반 득표도, 연정 구성도 난망
집권 가능성 떨어져 막판 주춤
지지자 “무슬림 불안 정면제기”
반대자 “이주민 적대가 더 위험”
탈EU 기세 방파제 될지 주목 오래전부터 교역이 활발해 다른 문화에 개방적이던 네덜란드에서 ‘자국 우선주의’를 주장하는 극우 정치인 빌더르스가 떠오른 건 왜일까. 거리에서 만난 지지자들은 크게 3가지를 꼽았다. 우선 모로코 등 무슬림 이주민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문화가 네덜란드 사회와 이질적으로 충돌하고 안전 불안감도 증가했다고 얘기했다. 네덜란드 전체 인구 1700만명 가운데 이슬람 이주민들은 100만명 남짓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에 의해 네덜란드 정체성이 침해받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불만, 그리고 자신들의 세금이 난민과 유럽연합 소속의 네덜란드보다 가난한 나라를 지원하는 데 들어가는 것도 못마땅하게 여겼다. 직장인 퇴니스 덴헤르토흐(34)는 “가장 높은 곳에 기성 엘리트 정치세력이 있고, 그들이 도와주려는 난민과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른 유럽연합 국가가 하단에 위치해 있다. 네덜란드의 보통 사람들은 그 중간에 끼어 돈(세금)만 내며 이용당하고 있다. 노후연금 혜택은 늘어나지 않고, 담뱃값과 물가는 오른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반인들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저항’이 ‘빌더르스 지지 현상’의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한다. 이는 미국에서 중산층 이하 백인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네덜란드 내 이슬람 이주민들은 빌더르스의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헤이그 시내 이슬람 사원에서 만난 파키스탄계 레한(23)은 “빌더르스가 자신의 인기를 위해 이슬람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이미 다른 정당들이 ‘자유당이 1당이 되더라도 같이 연립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다수당 체제인 네덜란드에서는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거의 없어, 대개 2~4개 정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한다. 자유당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은 희박한데다, 다른 정당들의 연정 거부로 1당이 되더라도 집권당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한때 25~30석을 오르내렸던 자유당 예상 의석수도 최근 여론조사에선 19~23석 정도로 줄었다. 특히 뤼터 총리가 지난 11일 터키 대통령의 장기집권 개헌안을 지지하는 터키계 이주민들의 집회에 참석하려던 터키 장관의 네덜란드 입국을 거부한 조처가 집권당에 호재로 작용했다. 국민 85%가 뤼터 총리의 조처를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여기에 “변화를 위한 투표”를 구호로 내건 30살의 예서 클라버르 대표가 이끄는 녹색좌파당(GL)의 약진도 한몫했다. 빌더르스는 뤼터 총리와의 방송 토론에서 “네덜란드를 다시 당신의 나라로 만들고 싶다면 선택은 자유당 하나”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뤼터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으로 시작된 극우 광풍이 네덜란드에는 상륙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담아 “이번 총선에서 네덜란드는 잘못된 포퓰리즘을 멈추게 하는 첫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맞받았다. 헤이그/글·사진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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