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아쉬우니…에르도안은 쿠르드족, 르펜은 유대인에 구애

등록 2017-04-06 15:05수정 2017-04-06 22:17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쿠르드족 수도’서 개헌 유세
‘탄압할 땐 언제고’…1500만 쿠르드족 표심에 호소

프랑스 국민전선 대선후보 르펜은 유대인 친화 행보
극우 이미지 희석, 반이슬람주의 명분 강화 이중포석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이길 수만 있다면 악마와도 손잡는다는데….

대통령중심제로의 개헌을 추진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투표를 보름 앞둔 지난 1일 터키 동남부의 디야르바키르를 방문했다. 삼엄한 경호 속에 1만여명의 청중에게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디야르바키르는 ‘쿠르드족의 수도’로 불리는 곳이다. 그는 “이스탄불 등이 없는 터키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디야르바키르가 없는 터키도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에르도안과 집권 정의개발당은 대통령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해야 쿠르드족 지위가 상승하고, 쿠르드노동자당(PKK) 소탕전으로 피폐해진 지역을 재건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그만큼 에르도안의 사정이 급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터키 정부는 재외국민 표를 모으려고 유럽 국가들에서 찬성 집회를 추진했지만 독일과 네덜란드가 이를 불허하거나 참석이 예정된 터키 외무장관의 방문을 차단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에르도안은 독일 정부의 조처에 “나치와 같다”는 비난을 가했다가 국제적 역풍을 맞았다. 국내에서도 이슬람주의가 강화되고 독재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야당의 반대가 만만찮다. 이런 형편이라 8000만 인구 중 1500만명에 달하는 쿠르드족의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쿠르드족을 억눌러온 행적을 볼 때 이번 유세는 ‘표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이후 쿠르드족 정당인 인민민주당의 당수를 비롯해 5000여명을 투옥했다. 인민민주당은 2015년 총선에서 13%의 득표율로 의석 80개를 얻으며 에드로안의 가장 강력한 반대 세력으로 부상했다. 에르도안은 지난해 쿠르드노동자당 소탕을 이유로 쿠르드 지역에 군을 투입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인민민주당을 탄압했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선 후보.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 대선 후보.
23일 대선 1차 투표가 예정된 프랑스에서는 국민전선이 반유대주의 정당이라는 낙인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의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국민전선은 무슬림의 위협에 대응하는 ‘유대인들의 자위권’을 옹호하고 나섰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런 대학살은 없었다”는 발언이 한 방송의 몰래카메라에 찍힌 지방의원의 당원권을 정지시키고 그를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했다. 당의 설립자이자 아버지인 장마리 르펜을 2011년에 내쫓고 당권을 장악한 마린 르펜은 2014년 “국민전선은 진짜 적인 이슬람 근본주의로부터 당신들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패”라며 유대인들에게 화해의 손짓을 한 바 있다.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자잘한 일”이라고 말하는 등 반유대주의를 모토로 내걸었던 장마리 르펜과는 180도 달라 보인다. 프랑스 유대계 언론들은 유대인 다수가 그의 진정성을 의심한다면서도, 결선 진출이 유력한 르펜의 무슬림에 대한 강경한 태도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는 유권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유대인 인구는 약 50만명으로 무슬림(약 600만명)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도 국민전선이 반유대주의라는 ‘본색’을 버린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극단주의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희석하려는 의도 때문으로 보인다. 또 유대인에 대한 폭력을 부각시켜 반이슬람주의의 ‘정당성’을 강조하려는 이중포석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