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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르포] 프랑스 치안불안 일부 시민 “극우정당 지지”

등록 2005-11-14 18:23수정 2005-11-15 00:18

사르코지 ‘이민자 강경대응’에 격려메일 등 여론 변화
야간통행 금지령이 발효된 이후 첫 주말인 지난 12일 파리 방리유(근교)는 대체로 평온했다. 정부 비상사태법 발동보다 하루 앞선 지난 7일 밤 야간 통행금지를 한 랭시를 비롯해 이번 방화시위의 진원지인 파리 북동쪽 클리시 수 부아의 거리는 한산했다.

랭시는 클리시 수 부아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곳에 가장 먼저 야간통금령을 내린 배경에 대해 시청 앞 중국식당에서 만난 한 중국인 여성(21)은 발표 이틀 전쯤 시청과 경찰서에 폭발물이 설치돼 있다는 소문이 퍼진 점을 꼽았다. 그는 “젊은이들이 불을 지르는 건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부 장관 때문”이라며 “통금령 이후 안심은 되지만 아직 클리시 수 부아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서 사태 부풀려” 비판도

클리시 수 부아 경계지역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캉탈뤼피 장 피에르는 언론의 보도 태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언론들이 불타는 자동차만 찍어대 마치 도시 전체가 불타는 것처럼 부풀려 놓았다. 나는 이곳에서 50년을 넘게 살았다. 이곳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자동차 방화사건도 간간히 있었던 일이다.”

그는 이번 사태의 원인과 관련해선 이민자들을 질타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런 문제는 쌓여 왔다. 이민자들은 사회보장기금을 노리고 아이들을 마구 낳았지만 돌보지는 않고 있다.” “인종차별 주의자는 아니지만 극우정당의 르팽을 지지한다”고 털어놓은 그는 “이번 사태가 시민폭동으로 끝나지 않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아랍계 청년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인종차별 주의자”라고 쏘아붙였다.

랭시를 지나 들어선 클리시 수 부아 역시 불에 탄 차량들의 잔해가 몇몇 눈에 띌 뿐 평온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내로 들어서 사진기로 빈민가를 찍으려 하자 지나가던 차량들이 경적을 울려 말렸다. 사태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하는 듯했다.

이곳에서 16년째 터키식 케밥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터키인은 “이민자들이 다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며 “터키계나 중국계 이민자들은 성실히 일했으나 도시가 슬럼화하면서 이곳을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자신 또한 아이들의 장래가 걱정돼 랭시로 집을 옮겼다고 덧붙였다.

사태 이후 프랑스 정부는 실업 대책을 포함한 다양한 수습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터키계 이민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는 “나도 소외지역 출신의 한 여성을 고용한 적이 있었는데 이틀째 되던 날 포도주를 훔치는 것을 보고 11일치 월급을 주며 나오지 말라고 했다”며 “나는 미래에 대해 그렇게 낙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야간 통행금지 지지 73%

프랑스의 치안 문제와 이민자 문제는 이미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경제를 성장시켜놓고도 극우파에 밀려 결선 진출에 실패한 사회당의 착오는 바로 이런 치안 문제를 등한시했기 때문이었다. 73%의 국민들이 야간 통행금지령을 지지했다는 데서 프랑스인들의 치안에 대한 불만의 강도를 읽을 수 있다.

“20년 전 르팽이 이민자들을 모조리 추방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태가 폭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외쳐댈 때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견이 현실로 드러나고 말았다. 결국 우리가 정치를 잘못한 것이다.” 파리 남부의 다른 교외지역에 산다는 한 프랑스 청년의 이 말은 지금 프랑스가 처한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랭시의 에릭 라울 시장은 야간통금 조처를 발표하면서 “그들이 르팽을 지지하러 가기 전에 하루빨리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방화시위는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도 젊은이들이 불붙은 차를 학교 구내로 돌진시키는 등 긴장이 가시지 안고 있다.

사태 초기 과격한 발언으로 궁지에 몰렸던 사르코지 내무부 장관은 여전히 높은 여론의 지지를 받으며, 시위와 연루된 외국인들을 추방하는 등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사회당과 인권단체들은 그에게 비난을 퍼붓고 있으나, 여당인 대중운동연합 인터넷 사이트에는 그를 지지하는 전자우편이 쏟아지고 있다.

사르코지의 강경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이번 사태의 근본적 해결과 치유가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파리/최정민 통신원 jungminchoi73@empal.com

13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 거리에서 화염에 휩싸인 자동차를 한 소방관이 지켜보고 있다. 툴루즈/AP 연합
13일 프랑스 남부 툴루즈 거리에서 화염에 휩싸인 자동차를 한 소방관이 지켜보고 있다. 툴루즈/AP 연합

비상사태기간 3개월 연장법안 채택

프랑스 정부는 이민자들과 빈곤층 젊은이들의 방화시위로 인한 소요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지난 9일 발효한 비상사태 기간을 3개월 늘리는 법안을 14일 채택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각료회의를 열어 오는 20일 끝나는 비상조처를 3개월 연장하기로 하고, 의회의 승인을 요청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 조처는 명백히 임시적인 것”이라며 “비상조처의 내용들은 지방 정부의 충분한 동의를 얻어 엄격히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장 프랑수아 코페 대변인이 밝혔다. 연장 법안은 1955년 제정된 관련 규정에 따라 의회를 통과해야 효력을 발생한다.

쥘리앙 드레 사회당 대변인은 “비상사태가 연장돼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이 예외적인 법은 평온을 회복시킬 근본적인 방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12일을 기한으로 지난 9일 발효된 비상사태법에 따라 지금까지 40여 도시에서 야간통행 금지령이 내려졌고, 남동부 도시 리옹에서는 공공집회가 금지됐다.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한 소요 사태는 점차 강도가 약해지고 있으나, 18일째 산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2700여명이 체포되고 7천여대의 차가 불탔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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