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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스프링클러도 없었던 24층 아파트…런던 대화재 ‘예고된 참사’?

등록 2017-06-15 16:53수정 2017-06-15 19:38

그렌펠 타워 화재 사망자 17명으로 늘어
외부 피복 및 스프링클러 규제 미비 지적
‘가만히 있으라’ 화재 행동요령도 도마에
주민들, 수년 전부터 화재 위험 문제제기
14일 화재로 전소되다피 한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아파트의 외벽이 불에 타 너덜너덜한 모습이다. 지난해 방염성이 떨어지는 소재로 새단장을 한 게 화재를 급속히 확산시켰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런던/AFP 연합뉴스
14일 화재로 전소되다피 한 영국 런던 그렌펠 타워 아파트의 외벽이 불에 타 너덜너덜한 모습이다. 지난해 방염성이 떨어지는 소재로 새단장을 한 게 화재를 급속히 확산시켰다는 분석을 뒷받침하는 듯하다. 런던/AFP 연합뉴스
24층짜리 주거용 건물을 삽시간에 불기둥으로 만든 런던 참사가 화재일 뿐 아니라 ‘인재’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세계적 선진 도시라는 런던의 명성에 큰 상처를 낸 이번 사건의 파문이 영국의 ‘시스템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14일 새벽 발생한 화재 장면을 보면, 저층에서 발생한 불이 꼭대기까지 거침없이 치고 올라간다. 한 목격자는 이 큰 건물이 “성냥개비 같았다”고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아래에서 위로 불이 급속히 올라가는 과정에서 외벽 전체가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는 건물 안쪽의 싸구려 내장재나 카펫, 집기 등 가연성 물질이 화재 확산을 돕는다. 그런 물질은 콘크리트나 석재 구조에서 칸칸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화재의 확산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고, 가연성 물질이 부족하다면 확산이 중단될 수도 있다. 외벽은 화마가 뻗어나가는 데 장애가 되는 게 상식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외벽 전체가 쉽게 불이 붙으면서 화재를 확산시키는 구실을 했다. 불에 탄 외벽은 부서져 떨어지고 잿가루처럼 흩날렸다. <가디언>은 15일 소방 전문가인 아널드 탈링을 인용해 “건축법상 건물 표면의 피복(클래딩)만 불연성으로 하면 된다. 이번에 탄 건 그 안쪽에 있던 물질”이라며, 지난해 5월까지 진행된 그렌펠 타워 리모델링 때 화재에 취약한 알루미늄 합성 피복이 사용됐다고 보도했다. 이런 점에 대해 현지 주민들은 “독일이라면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며 항의하고 있다.

124가구가 사는 건물이지만 스프링클러가 아예 없었다. 현행법상 높이 30m 이상 주거용 고층 건물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하지만, 법 시행 전 지어진 건물들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강제되지 않은 탓이다. 1974년에 지어진 그렌펠 타워를 비롯해 영국 내 4000여곳의 고층 건물에 스프링클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불에 탄 그렌펠 타워가 시꺼먼 모습으로 서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불에 탄 그렌펠 타워가 시꺼먼 모습으로 서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불길이 전 층에 빠르게 번진 이번 참사에서 영국의 일반적 화재 안전행동 요령인 “(다른 방이나 층으로 이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stay put)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요령은 불이 내부에서 시작돼 다른 층으로 번지지 않을 경우에는 유효하지만, 불길이 바깥에서 들어오거나 이번처럼 외벽을 타고 퍼질 경우에는 오히려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건물이 화재에 취약하다며 수년간 민원을 제기했다. 주민 모임인 그렌펠 액션 그룹은 2013년 소방 안전 장비 미점검 문제를 제기했다. 리모델링 뒤인 지난해 11월에도 화재 시 행동 요령이 공지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아랍계 등 이주민이 많이 사는 이 아파트와 주변 주민들은 부유층 거주 지역이라면 달랐을 것이라고 말한다.

사망자는 현지시각으로 15일 오전 현재 17명으로 집계됐다. 80명에 가까운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됐고 그중 18명은 중태다. ‘실종자’가 수십명에 달해, 본격 수색이 진행되면 사망자 수는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4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화재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테러와의 관련성은 없다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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