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숙인 자선단체 ‘크라이시스’ 누리집 갈무리
심각한 주택난을 겪고 있는 영국에서 2041년 노숙인 수가 현재의 두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가디언>은 10일 노숙인 자선단체 ‘크라이시스’가 헤리엇-와트대 연구진의 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노숙인 규모가 지난해 기준 23만6000명에서 25년 후 57만5000명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거리 노숙 인구는 지난해 9100명에서 2041년 4만100명으로 4배 이상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노숙인은 거리 노숙자뿐만 아니라 부실한 임시 숙박시설 이용자, 텐트나 자동차, 대중교통, 무단 점유지, 복지단체의 쉼터를 이용해 잠을 자는 사람을 포함한다.
‘크라이시스’는 지난 5년간 집을 잃은 가구가 이전보다 약 33% 늘었다고 밝혔다. 이들 중 다수는 ‘소파(카우치) 서퍼’들이다. ‘소파 서퍼’는 친구나 가족, 심지어 온라인으로 알게 된 타인의 집을 오가면서 소파를 빌려 잠을 청하는 방식이다. 현재 6만8300명이 이처럼 2~3일에 한 번씩 거주지를 옮겨가며 소파를 빌려 잠을 잔다고 한다.
<가디언>은 부실한 임시 숙박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수가 현재 1만9300명에서 25년 후 11만7500명으로 가장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렴한 임대료로 생활할 수 있는 주택은 갈수록 줄어드는데 도시로 모여드는 인구는 폭발하고 있어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런던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크라이시스’는 정부가 확실한 주거 정책을 내놓고 거리 노숙에 대해선 강력한 규제책을 펴줄 것을 촉구했다. 노동당 셰도내각의 존 힐리 주택부 장관도 “값싼 주택에 투자하는 회사와 정부 지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주택 수당 또한 줄고, 무주택 서민 연금마저 감소해 살 곳을 잃어버린 시민이 늘어난 것”이라며 “노숙인 문제는 국가적 스캔들”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주택난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예컨대 잉글랜드의 주택가격은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259% 오른 반면, 평균 임금은 같은 기간 68%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7년간 정부와 비정부기구, 민간업체가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사회주택의 건설율은 97% 하락했고 향후 3년간 사회 주택 37만 채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갈 곳을 잃은 노숙인들은 “이보다 더 큰 학대는 없다”고 울부짖고 있다고 <가디언>은 표현했다.
존 스파크스 ‘크라이시스’ 대표는 “꼭 필요한 시점에 정확한 도움을 줘야한다”며 “권력을 가진 자들이 노숙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 함께 정답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지역사회부 관계자는 “2020년까지 5억5000만파운드(약 8138억원)를 투입해 노숙인 축소법에 집중할 것”이라며 “노숙인이 될 위기에 있는 시민을 미리 돕고 그들의 필요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노숙인 축소법은 내년부터 효력을 갖는다. 지역사회부는 사태가 심화된다면 추가 지원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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