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른에 있는 연방정보국 청사. 사진 출처: 노이에 취르허 차이퉁
이웃 나라인 독일과 스위스의 스파이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안보 문제가 아니라 은행 계좌 정보를 둘러싼 다툼에 양쪽 세무공무원 및 정보 요원에 대한 체포영장과 기소장이 잇따르고 있다.
<데페아>(DPA) 통신은 독일 연방검찰이 ‘다니엘 M’(54)이라고 이름을 일부만 공개한 스위스인을 간첩 혐의로 기소했다고 16일 보도했다. 다니엘은 4월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아왔다.
다니엘의 기소는 독일 정부가 2010년부터 벌이는 ‘탈세와의 전쟁’에서 비롯됐다. 부자들이 스위스 은행 비밀 계좌를 탈세에 이용하자, 최대 주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는 1940만유로를 들여 많은 양의 스위스 은행 계좌 정보를 입수했다. 세무당국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소식에 12만여명이 탈세 사실을 자수했고, 모두 70억유로(약 9조375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었다.
스위스 정부는 금융기관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독일이 은행 직원들을 매수해 정보를 빼냈다고 비난했다. 스위스 연방정보국은 경찰 출신인 다니엘을 고용해 계좌 정보 입수에 간여한 독일 세무공무원들의 뒷조사에 나섰다. 독일 보안업체 및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독일 세무당국 협조자까지 이용한 정보 수집 결과, 스위스 검찰은 2015년 독일 세무공무원 3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독일은 이들의 신병 인도를 거부하고, 정보원을 추적해 다니엘을 붙잡은 것이다.
언어·문화적으로도 가까운 두 나라 정보기관은 그동안 긴밀히 협조해왔다. 그러나 스위스 은행 정보를 둘러싼 갈등으로 관계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는 “혐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 재정 전문가들에 대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간섭”이라고 했다.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독일 검찰이 이번 사건과 별개로 스위스 연방정보국 요원 3명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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