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의 군사훈련을 둘러싸고 유럽이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와 동맹국 벨라루스는 새달 14일부터 ‘자파트’(서부)라는 이름의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훈련은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엔클레이브(타국에 둘러싸인 고립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에서 진행된다. 러시아는 자국의 동부, 중부, 캅카스(코카서스), 서쪽 방향에서 한 지역당 4년에 한 번 진행하는 훈련의 일환인 이번 훈련에 병력 1만2700명이 참가할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쪽은 러시아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3국(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과 폴란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이 그대로 국경을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걱정한다. 러시아군은 2008년 캅카스 지방에서 훈련을 마치고 며칠 만에 조지아를 침공했다. 2014년에는 훈련을 빙자해 병력을 집결시킨 뒤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이런 사건의 재발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나토 쪽에서는 러시아의 설명과 달리 10만 병력이 참가해 2차대전 이후 유럽에서 최대 규모 훈련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만3천명 이상이 참여하는 훈련은 서로 참관하도록 협약을 맺었는데, 나토는 러시아가 병력 수를 1만2700명으로 축소 발표해 이를 회피하려 한다고 의심한다. 반면 러시아와 함께 훈련하는 벨라루스는 주변국의 참관을 초청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미국 및 나토와 러시아가 팽팽한 긴장 관계에 빠진 가운데 훈련이 진행되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나토와 러시아 군용기는 발트해에서 잇따라 위험한 근접비행을 하며 신경전을 벌여왔다. 미국은 이달 초 크림반도 합병을 이유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다.
나토는 6월에 러시아의 폴란드 및 리투아니아 침공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 또 러시아 군사력에 필적하기에는 역부족이지만 발트3국과 폴란드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있다. 미군 기관지 <성조지>는 미군 173공수여단이 러시아군 훈련에 대비해 새달 1일 이 지역에 배치된다고 전했다. 미군은 발트해 북쪽 스웨덴에도 패트리엇미사일 부대와 기갑부대를 배치하기로 했다. 리투아니아는 러시아와의 국경에 철조망을 설치하고 있다.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 벤 호지스 중장은 러시아군이 훈련에 참가한 병력과 장비를 벨라루스에서 빼지 않는 방법으로 “트로이 목마”를 남겨놓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드르 포민 러시아 국방차관은 나토 쪽의 우려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보통 때처럼 훈련의) 모든 게 개방적이고 우호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