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이 관광객 유입을 제한하기 위해 숙박업소에서 하룻밤 잘 때마다 10유로(약 1만3500원)의 관광세를 매기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가디언>은 11일 암스테르담 시의회가 이런 추가 징수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거주지를 빼앗기게 된 주민을 위해 급진적 세금 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암스테르담을 찾는 관광객은 이미 숙박비의 약 5%가량을 세금으로 지불하고 있으며, 내년엔 6%로 인상된다. 우도 콕 시의회 재정담당관은 “적은 비용으로 여행을 즐기는 관광객을 몰아내기 위해 새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며 “우리는 홍등가를 한가롭게 걷는 이들보단 박물관에 가거나 식당에서 고급스런 음식을 먹으며 주말을 보내는 사람을 선호한다”고 현지 언론 <헷 파롤>에 밝혔다. 그는 전체 관광객의 4분의 1 이상이 초저가 숙박시설에 머물며 도시를 붐비게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버르하르트 판데르란 암스테르담 시장은 지역 기업과 주민들에게 “도시를 더 이상 놀이동산으로 만들지 말라”는 경고성 편지를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암스테르담마케팅의 최고경영자인 프란스 판데르 아버르트는 “관광산업으로 도시가 죽어가고 있다”며 “시민들은 더 이상 역사의 중심에 머무를 수 없다”고 토로했다.
암스테르담은 한 해 방문객이 5년 전 1200만명에서 지난해 1700만명으로 41%가량 증가했다. 주민이 고작 85만명임을 감안하면 관광객이 주민들의 거주지역을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가 틀린 말은 아니다. 지난주에는 급기야 시민들이 거리에서 “암스테르담은 판매용이 아니다”, “누구의 도시? 우리의 도시다”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우리 도시를 ‘북부의 베네치아’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소리를 높였다. 이탈리아의 관광 도시 베네치아에서도 관광객 수를 규제하라는 주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오는 12월부터 영국 런던과 암스테르담을 오가는 유로스타 직행노선이 운행을 시작하면서 관광객은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콕 재정담당관은 내년에 암스테르담의 관광객이 2300만명까지 치솟을 것이라며 “거리엔 더 많은 청소노동자와 경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호텔 직원인 릭 알더르스는 “이미 관광객은 많은 세금을 내고 있다”며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가 세수를 늘리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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