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독립 투표 3주 앞둔 스페인 카탈루냐, 독립기 들고 100만명 집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도 독립기 걸려
다음달 1일 분리독립 주민투표는 찬반 팽팽

스페인 카탈루냐 주민들이 11일 카탈루냐의 날을 맞아 바르셀로나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독립기를 흔들며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3주 앞두고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이 지역 국경일인 ‘디아다’(카탈루냐의 날)를 맞아 주민 100만명(바르셀로나 경찰 추산)이 거리로 나와 독립을 향한 열망을 표출했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1714년 9월11일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에 의해 카탈루냐 도시 바르셀로나가 함락된 사건을 기억하는 이날에는 매년 성대한 행사가 열렸지만 올해엔 주민투표를 앞두고 대규모 인원이 결집했다. 분리독립 주민투표는 다음달 1일 실시된다.

주민들은 이날 오후 5시쯤 지난달 발생한 바르셀로나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진 뒤 카탈루냐 독립기인 에스텔라다를 흔들고, 카탈루냐 ‘국가’인 엘스 세가도르스를 합창하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바르셀로나의 대표적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에는 대형 에스텔라다가 걸렸고, ‘주민투표는 민주주의’라고 적힌 펼침막은 도로를 덮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전날 성명을 내고 “이번 집회에서 우리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카탈루냐 주의회가 주민투표 실시 법안을 통과시킨 뒤 중앙정부와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법안에는 투표율과 상관없이 주민투표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지니며, 주정부가 48시간 이내에 독립을 선언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헌법재판소에 분리독립 주민투표에 대한 위헌심판안을 제출했고 헌재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투표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스페인 검찰은 법안 통과를 주도한 의원들과 푸지데몬 수반을 권력 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쳤다. 또 공권력을 동원해 투표를 막겠다며, 최후의 수단으론 자치권 몰수까지 가능하다고 위협하고 있다.

인구 750만명인 카탈루냐 주민들은 스페인에 병합된 이래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적 차이를 주장하며 독립을 요구해왔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만성적 실업과 불황으로 고통받으며 어느 때보다 강력한 독립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중앙정부가 관광과 건설, 제약의 중심지로 꼽히는 이 지역에서 세금을 걷어 다른 지역에 사용하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

카탈루냐 주민들이 11일 바르셀로나에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고 분리독립을 주장하고 있다. 바르셀로나/AP 연합뉴스

지난 7월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민심은 극명한 양분 상태다. 카탈루냐 여론연구센터의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1.1%가 분리독립을 지지했고, 49.4%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또 70%는 국민투표로 이 문제를 결정하는 것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김미나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