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예정한 분리독립 주민투표일인 1일, 스페인 무장경찰이 바르셀로나의 한 투표소에서 카탈루냐 유권자들의 투표소 입장을 몸으로 가로막고 있다. 카탈루냐 투표소 곳곳에서 경찰의 이런 행동이 독립을 지지하는 유권자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유발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바르셀로나/EPA 연합뉴스
스페인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주민투표일인 1일 투표 강행에 나선 시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투표소의 절반 이상을 봉쇄하는 바람에 투표가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충돌이 양쪽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1일 오전 9시부터 카탈루냐에서는 ‘카탈루냐가 공화국 형태로 독립 국가가 되길 원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예’ 또는 ‘아니요’로 답하는 분리독립 주민투표가 시작됐다. 그러나 이번 투표가 위헌이라고 선언한 중앙정부에서 파견한 경찰이 유권자들의 투표소 진입을 막는 등 원천 봉쇄를 시도해 상당수 투표소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이 투표하기로 예정된 지로나의 한 투표소에는 무장 경찰이 들이닥쳐 입구 유리문을 부수고 강제로 유권자들을 밀어붙이는 장면이 방송되기도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경찰과 카탈루냐 주민들의 충돌 과정에서 적어도 91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충돌로 인해 337명이 병원이나 보건센터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 투표소에서는 투표함을 압수해 떠나려는 경찰 차량을 막아선 시민들에게 경찰이 고무총탄을 발사했다. 투표소가 설치된 바르셀로나의 한 학교에서도 충돌로 부상자들이 발생했다. 투표를 강행하려는 자치정부 및 시민들을 경찰이 막아서면서 곳곳에서 아수라장 같은 장면이 연출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은 “경찰이 보여준 잔인함은 스페인 국가에 영원히 수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앙정부는 앞서 카탈루냐 통신기술 담당센터 본부를 압수수색해 투·개표에 필요한 기술 시스템을 해체했다. 투표 웹사이트를 폐쇄하고 투표용지 1천만장을 압수했으며, 온라인 투표 앱도 삭제했다. 마드리드에서 파견된 최고위 관리인 엔릭 미요는 전체 투표소 2315곳 가운데 1300곳을 봉쇄했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일어난 사건은 주민투표나 그와 비슷한 어떤 것이라고 묘사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집요한 저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이뤄졌다. 앞서 푸지데몬 자치정부 수반은 유권자가 530만명이며, ‘예스(분리독립) 캠페인’이 승리한 뒤 48시간 내에 독립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분리독립 지지자 수천명은 투표 이틀 전인 29일 자녀를 하교시키지 않고 함께 학교에 남는 방법으로 최소 163개 투표소를 점거했다.
카탈루냐 자치정부가 예정한 분리독립 주민투표일인 1일, 스페인 중앙정부의 저지 경고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바르셀로나의 한 투표소 밖에 길게 줄을 서 있다. 바르셀로나/AFP 연합뉴스
카탈루냐의 여론은 반으로 갈려 있다. 30일에도 주도 바르셀로나에서는 ‘에스텔라다’(카탈루냐 독립기)를 들거나 ‘카탈루냐는 스페인이다’라고 쓴 펼침막을 앞세운 시위가 각각 열렸다. 7월 여론조사에서는 41%가 독립에 찬성하고 49%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치정부 쪽은 유권자 530여만명 가운데 100만명만 투표해도 성공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전체 유권자의 20%가 안 되는 수치이며, 2014년 비공식 투표 때 참여한 230만명(81%가 독립 지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면적의 6%밖에 안 되지만, 전체 인구의 16%와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한다. 금속·식품가공·제약·화학 산업의 중심지이자 대표적 관광지다. 스페인 정부는 고유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는 카탈루냐에 상당 수준의 자치를 허용하고 있지만 독립은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카탈루냐 독립은 멀게는 1714년 스페인 왕 펠리페 5세가 바르셀로나를 점령한 때로 거슬러 올라가는 3세기에 걸친 프로젝트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 경제 위기로 중앙정부가 긴축 정책을 실시하면서 독립 요구가 다시 거세졌다. 가령 2014년의 경우 중앙정부가 카탈루냐에서 걷어간 세금보다 내려온 교부금이 118억달러 적다는 주장이 나왔는데, 학교와 병원 등 공공서비스 지원을 고려하면 꼭 그렇게 볼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중앙정부는 투표를 중단하면 카탈루냐에 더 많은 교부금과 재정 자치권을 주는 개헌 협상이 가능하다는 태도다. 카탈루냐 지도자들이 투표를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투표 이후 중앙정부와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망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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