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바이킹 시대 무덤에서 발굴한 수의. 비단에 은실로 문양을 짰다. 사진 출처: BBC
바이킹들 사이에 무슬림이 있었다?
바이킹 시대의 스칸디나비아 무덤들에서 나온 수의들에 ‘알라’(신) 또는 ‘알리’라는 표현이 들어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비비시>(BBC)가 12일 보도했다.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직물 고고학을 연구하는 애니카 라르손은 9~10세기의 무덤에서 나온 수의에 새겨진 문양의 뜻을 추적해왔다. 수의를 비롯한 부장품들은 19세기 말부터 20세 중반에 걸쳐 발굴된 것이지만 이런 분석은 최근에야 이뤄졌다. 라르손은 기하학적으로 보이는 문양이 이슬람 지배기의 스페인에서 무어인들이 만든 직물의 것과 비슷하다는 데 착안했다. 분석 결과, 문양들은 바이킹의 전통에서 벗어나있는 것이며, 고대 아라비아 문자인 쿠픽 문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라르손은 직물 100여 조각 중 적어도 10개에서 ‘알라’ 또는 ‘알리’를 발견했다. 알리는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의 사촌이자 사위로, 4대 칼리프를 지낸 인물이다. 특히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가 받드는 이다. 발굴된 무덤의 주인들이 페르시아 쪽과 연결됐었을 가능성이 떠오른 것이다.
두 가지 가능성이 떠오른다. 무덤의 주인들이 페르시아 혈통을 지녔을 수 있다. 라르손은 “다른 바이킹 시대 무덤들에 대한 조사에서 일부 무덤 주인들은 페르시아 쪽 혈통을 지녔다는 디엔에이(DNA) 분석 결과가 나온 바 있다”며, 무덤의 주인들이 무슬림들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킹 시대의 매장 풍속이 천국에서의 영생이라는 이슬람 교리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것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했다. 라르손의 연구팀은 무덤 주인들의 혈통도 조사하고 있다.
양쪽의 교류는 북유럽에서 이슬람 세계의 동전들이 발견되면서 어느 정도 확인된 바 있다. 2년 전에는 스웨덴 비르카에서 발굴한 반지의 보석에서 ‘알라를 위하여’라는 문구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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