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년 마르틴 루터가 ‘천국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만 들어갈 수 있다’고 선포하며 종교개혁의 포문을 연 지 500주년을 맞았다. 루터가 중세 가톨릭교회 부패를 지적한 95개 논제를 내건 독일 비텐베르크 성교회에서 31일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루터의 종교개혁에 뿌리를 둔 개신교 목사의 딸이기도 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날 기념 연설의 화두로 삼은 건 종교의 자유와 정치적 관용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 연설에서 “우리는 톨레랑스(관용)가 유럽에서 평화 공존의 기본이라는 걸 고통스럽게 배워왔다. 다양성을 믿는 사람이라면 톨레랑스를 행해야 한다. 그게 우리 유럽의 역사적 경험”이라고 밝혔다. 이어 “톨레랑스 없이 열린사회는 없다. 세계화된 세계에서 종교적·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크게 도전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 강력하게 그런 것의 의미가 강조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교 간 경멸과 싸움이 끊이지 않는 세계에서 ‘종교 간 대화’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메르켈은 “신앙의 자유가 항상 종교적 광신주의로부터 보호되어야만 하듯, 예배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종교가 경멸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루터 종교개혁을 설명하며 자신의 난민 포용 정책을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종교 교육은 (종교)개혁의 근본적인 관심사였다. 배우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서 부모 도움이 부족한 이들을 포함해 일부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필요로 한다. 이런 지원 정책은 끔찍한 일을 겪은 난민 가정 아이들을 통합하는 데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