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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01 18:33 수정 : 2005.02.01 18:33

FT 보도…“미국처럼 불투명한 시장으로”

세계 최대 금융그룹인 미국의 씨티그룹이 유럽 국채시장을 교란시켜 이익을 챙기기 위해 작성한 내부 문건이 발견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31일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씨티그룹의 유럽 국채거래 책임자가 작성한 ‘유럽선물거래소(유렉스) 선물의 지배력에 대한 도전’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했다며 이 문건에 ‘투명성과 치열한 경쟁 때문에 거래 이윤이 적은 유럽권 시장을 대전환시키기 위한 전략’이 적혀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20일에 작성된 것으로 돼 있는 이 문건에서 씨티그룹은 유럽 국채시장이 극소수의 투자회사에 의해 움직이고 투명성이 떨어지는 미 재무부 채권시장과 “좀더 닮은 시장으로 만들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즉 미 국채시장처럼 불투명성을 확산시켜 소수 거래자들이 시장을 좌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씨티그룹은 이 문건이 작성된 지 2주 뒤인 지난해 8월2일 2분 만에 110억유로(14조원)의 독일 국채를 팔고 30분 뒤 40억유로를 사들여 1700만유로(174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독일 검찰은 이에 앞서 이 문건 발견과 상관없이, 씨티은행의 이런 혐의를 잡고 수사를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이윤을 남기는 방법과 관련해 이 문건은 유렉스에서 거래되는 독일 국채 선물과 유로존 국채거래 시스템인 유로엠티에스(EuroMTS)에서 거래되는 현물 사이의 유동성 차이를 이용하도록 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렉스는 유럽 정부 채권 선물들이 거래되는 주요한 거래소로, 거래활동은 계절적 요인과 경제적 제반조건에 따라 동요가 심하다. 반면, 유로엠티에스의 경우 거래자들이 계속적인 가격공시에 노출돼 있어 훨씬 안정적이며, 유렉스의 움직임에 연동된다.

이에 따라, 문건은 “유동성 불균형이 있을 때, 우리는 독일 국채 선물을 사들이고 현물은 내다판다”고 적고 있다. 즉, 선물을 대규모로 사들여 선물가격을 올린 뒤 이에 영향받은 현물가격도 올라갈 때 현물을 대거 내다팔아 이익을 챙긴 다음, 현물가격이 떨어지면 이를 싸게 사들인다는 것이다.

이 문건에 대해 씨티그룹 대변인은 “우리는 이 문건이 부적절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이것이 우리 회사나 거래를 승인한 감독관의 관점을 대표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강김아리 기자 a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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