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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위기 맞은 최장수 총리의 꿈…메르켈, 조기총선 카드까지

등록 2017-11-21 16:57수정 2017-11-21 21:00

메르켈, 당내에서도 퇴진론 제기되자 맞대응
45%가 조기총선 지지…의석 늘릴지는 불확실
연정 협상 합류 정당 확보하려는 카드 성격
AFP 연합뉴스
AFP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의 주축인 독일이 전례 없는 정치 위기로 빨려들고 있다.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결렬되자 앙겔라 메르켈 총리 퇴진론이 불거지고, 메르켈 총리는 총선 2개월 만에 다시 조기총선 카드를 꺼내 정면 돌파를 시사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20일 공영방송 <아에르데>(ARD)와의 인터뷰에서 다수 연립정부 구성을 여전히 희망한다면서도 “새로운 총선이 실시되면 수용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선택을 강요받는다면 소수정부를 이끌기보다는 새로 총선을 치르기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총선을 치른 지 2개월 만에 메르켈 총리가 조기총선 카드를 꺼내든 것은 자유민주당 및 녹색당과의 연립정부 구성 협상 결렬에 따라 여권 내에서도 퇴진론이 분출하기 때문이다. 당내 비판자들은 메르켈 총리가 2015~16년 난민 위기 대처 실패로 집권당인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의 선거를 망쳤다며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 누르면 확대됩니다.
기민-기사연합은 9월 총선에서 32.9%를 득표해 1당을 유지했으나 전후 최악의 득표율에 그쳤다. 난민 문제에 강경 대응을 주장한 극우민족주의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사상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하고, 기존 정당들은 부진했다.

기민-기사연합 내 보수적 압력 그룹인 ‘가치연대’의 대표 알렉산더 미치는 “메르켈 이후의 시대가 시작됐다고 믿는다”며 “메르켈은 총선 재앙을 주도했을 뿐 아니라 정부 구성에도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총선 이후 집권당의 지방 풀뿌리 조직 차원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지도력에 대한 불만이 일었는데, 정부 구성이 실패하자 퇴진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단호한 입장이다. 메르켈 총리는 사임을 고려하냐는 질문에 “내가 개인적 책임을 져야만 한다는 질문은 있을 수 없다”며 사퇴론을 일축했다. 그는 “내가 4년 동안 봉사할 수 있는 선거운동을 약속한다”며 차기 총리가 되려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기민-기사연합 주도의 새 정부가 꾸려져 4년 더 집권하면 그의 정치적 스승인 헬무트 콜과 전후 최장수(16년) 총리 기록을 공유할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만나 향후 정국을 논의했다. 헌법상 대통령이 의회 해산과 선거 실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모든 정당들이 유연성을 보이고 조속히 새 정부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메르켈 총리로서는 모든 선택지가 불투명하다. 자유민주당이나 사회민주당이 연정 참가를 거부하고 있어, 새로운 선거가 없다면 소수정부 구성만이 남았다. 선거를 다시 치른다 해도 현 의석 분포가 바뀔 가능성이 적다. 기민-기사연합의 추가적 의석 상실마저 우려된다. 포르자의 여론조사를 보면, 새로 선거를 치러도 과반이 넘는 다수당 출현은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기민-기사연합 지지자 중 85%는 메르켈의 총리직 유지를 지지한다. 또 45%가 조기총선을 지지하는 데 비해 사민당과의 대연정 지지는 27%, 소수정부 구성 지지는 24%에 머물렀다. 메르켈 총리는 이런 여론에 바탕해, 조기총선 카드를 흔들며 다른 당들에 연립정부 구성을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2013년 총선 뒤 대연정에 참여했던 사민당은 다시 대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안드레아 날레스 사민당 신임 원내대표는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혀 협상의 여지를 내비쳤다.

메르켈 총리와 만난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만약 유럽에서 가장 크고 경제적으로 강력한 이 나라에서 정치권이 책임을 다하지 못하면 이웃 나라들은 불안과 우려로서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켈의 총리직 4회 연임이 흔들리자, 그의 지도력으로 대처해온 유럽연합의 난제들인 브렉시트 협상과 유로존 개혁의 전망도 흔들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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