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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해리 왕자와 마클의 결혼, ‘영 왕실 현대화’ 상징으로

등록 2017-11-28 13:33수정 2017-11-28 22:31

왕위 계승순위 5위, 배우 매건 마클과 결혼 발표
엘리자베스 여왕과 어른들 간섭 전혀 안 받아
영국 왕실 현대화 상징하는 ‘최선의 결혼’ 분석
27일(현지시각) 결혼을 공식 발표한 영국 해리 왕자(왼쪽)와 미국 배우 메건 마클. 사진: 영국 로열 패밀리 공식 누리집.
27일(현지시각) 결혼을 공식 발표한 영국 해리 왕자(왼쪽)와 미국 배우 메건 마클. 사진: 영국 로열 패밀리 공식 누리집.
어머니의 비극적 사망 이후 대마초 흡연과 나치 파티복 구설로 떠들썩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영국 왕자가 결혼한다. 상대는 3살 연상의, 이혼한, 흑백 혼혈, 중산층 배경의, 미국인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관이며 결혼마저도 전략의 일부였던 영국 왕실이 현대화에 성공했음을 상징하는 ‘최선의 결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이자 영국 왕위 계승 서열 5위인 해리(33) 왕자가 27일(현지시각) 내년 봄 미국 배우 메건 마클(36)과 결혼한다고 공식 발표한 뒤 영미권 언론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영국 왕실의 사사건건을 가십으로 다루는 타블로이드 매체뿐만이 아니다. 결혼 발표 뒤 로열 예비 부부의 첫 인터뷰는 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가 내보냈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뉴욕 타임스> 등도 28일 ‘영국 왕실의 현대화’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보내기에 바빴다.

해리 왕자는 결국 파국으로 막을 내린 부모의 정략결혼과 달리 마클과 사랑에 빠져 약혼했으며, 결혼에 이르기까지 엘리자베스 여왕과 왕실 어른들의 간섭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미 파격적이다.

더욱이 마클은 2011년 미국의 영화제작자와 결혼했다가 2년 만에 이혼했다. 영국 왕실에서 ‘미국인 이혼녀’와의 결혼이 처음은 아니나, 왕위를 버려야 할 정도의 금기였다. 영국 왕이었던 에드워드 8세는 1936년 이혼한 적이 있는 미국인 월리스 심슨과 결혼하려고 왕위를 내려놨다. 80여년이 흐른 뒤 해리 왕자의 결혼은 왕실로부터 공식적인 지지와 축하를 받았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필립공 부부는 해리 왕자 부부의 약혼이 “기쁘고”, 두 사람의 “모든 행복”을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아버지 찰스 왕세자 역시 “흥분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여왕의 승낙은 군주제가 지난 80년간 얼마나 변했고 현대화됐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특히 왕위 계승 서열 5위인 왕자의 아내가 될 마클이 흑백 혼혈이라는 점은 왕실의 변화를 세상에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마클의 아버지는 미국의 백인 영화 촬영기사, 어머니는 흑인 요가 강사다.

지난 9월 해리 왕자와 마클이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퇴역 군인을 위한 테니스 경기를 관람하며 첫 공식 데이트를 한 이후 마클의 인종과 개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다. 화가 난 해리 왕자는 대변인을 통해 “전국지의 1면에 있는 비방: 인용문의 인종(차별) 저의: 그리고 소셜미디어 악플러와 인터넷 기사들의 노골적인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작가이자 방송인인 아푸아 허시는 고정 필자로 활약중인 <가디언>에 “나는 로열 패밀리가 대표하는 영국다움은 (백인이 아닌) 나를 배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성장했다”며 “로열 패밀리의 이 상징적인 약혼이 흥미롭다”고 썼다. <뉴욕 타임스>는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의 결혼이 왕위 계승자와 평민이 결혼한 희귀한 사례였다면, 이번 결혼은 영국 왕실이 이혼한 혼혈 미국인을 포용한다는 것을 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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