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니즈니노브고로드의 자동차 공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푸틴은 이 자리에서 내년 3월18일 네번째 대선에 도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진출처: 크렘린 누리집
블라디미르 푸틴(65) 러시아 대통령이 ‘24년 집권’을 담보해 줄 네번째 대권 도전을 공식 발표했다. 3연임 제한에 걸려 한 차례 총리로 물러나 배후에서 실권을 행사했던 ‘꼼수’를 감안하면 사실상 다섯번째다.
관영 텔레비전 <아르티>(RT) 등 현지 언론은 6일 푸틴 대통령이 중부 니즈니노브고로드의 고리키 자동차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렇다, 나는 러시아 대통령에 출마하려 한다”며 “이 발표를 위해 더 좋은 장소와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한 노동자가 “이곳에 있는 모두는 예외 없이 당신을 지지한다. 출마를 선언해 우리에게 선물을 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발표다. 푸틴은 지금까지 내년 3월18일로 예정된 대선의 출마 여부는 “조만간 결정하겠다”고만 밝혀왔다.
푸틴은 2000년 4년 임기 대통령으로 처음 집권하고 연임을 했다. 2008년에는 헌법의 3연임 금지 조항 탓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한테 대통령직을 넘긴 뒤 ‘실세 총리’를 맡았다. 이후 2012년 임기가 6년으로 늘어난 대통령에 당선됐고 내년 대선에서 예상대로 승리한다면 2024년까지 최소 24년간 러시아를 이끌게 된다. 29년간 집권한 옛 소련의 스탈린에 이어 두번째 장수 지도자다.
2011~2012년 반푸틴 시위대가 모스크바 거리를 뒤덮기도 했으나 그의 지지율은 여전히 85% 수준이다. 국제 무대에서 옛 소련의 위상을 회복하게 해줄 ‘강한 지도자’를 원하는 민심이 아직 푸틴 편이다. 국제사회가 비판하는 시리아 내전 개입과 크림반도 합병도 자국에선 대중적 지지를 받는 요인이다. 대선일인 3월18일은 크림반도 합병 4주년 기념일인데, 유권자들한테 업적을 환기시키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금지한 것도 오히려 호재다. <뉴욕 타임스>는 “러시아를 ‘적에게 사방이 포위된 요새’로 규정한 푸틴의 묘사에 딱 들어맞는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조처가 그의 입지를 강화하리라 전망했다.
눈에 띄는 경쟁자도 없는 이번 대선에서 푸틴 쪽의 고민은 당선 여부가 아니라, 경쟁자 없는 대선의 낮은 투표율이다. 지난 10월 ‘러시아의 패리스 힐튼’으로 불리는 텔레비전 앵커 크세니야 솝착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푸틴에게 전혀 상대가 못 된다. 오히려 푸틴이 여성 유명 인사를 ‘흥행 요소’로 끌어들여 투표율을 올리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그나마 대항마로 간주되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일찌감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나발니가 지방정부 고문을 할 때의 횡령 혐의에 유죄를 선고받았다며 지난 6월 대선 출마를 금지시킨 바 있다. 나발니는 정치적 판결이라며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제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수감자도 아닌데 유죄 선고만을 이유로 출마를 금지한 것은 헌법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선관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