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미국의 세제개편을 비판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유럽 양쪽의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의 5대 경제국 재무장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정부의 감세안이 국제협정들을 어기고 무역을 잠식해, 워싱턴의 정책 다툼을 범대서양 분쟁으로 이끄는 위협을 주고 있다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필립 하먼드 영국, 페테르 알드마이어 독일, 브루노 르 프랑스, 피에르 카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크리토발 몬토로 스페인 재무장관은 백악관과 미 재무부에 보내는 편지에서 만약 공화당 주도의 세제개편안이 통과되면 보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서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세제개혁을 ‘미국 우선’의 무역 차별 정책을 증진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유럽 쪽이 우려를 드러낸 것이다. 미국 내 기업들의 세금을 깍아주는 이 세제개편이 환경보호나 중동평화 등의 사안에서 이미 커지는 양쪽의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유럽연합은 최근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트럼프의 선언을 중동평화 과정을 위협하는 조처라고 비난하고 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 집행위 외교담당 위원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예루살렘의 최종적 지위에 관한 평화협정이 타결되기 전에는 이 도시를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예루살렘이 이스라엘과 미래의 팔레스타인 국가 모두의 수도라는 것을 ‘유럽연합이 완전히 일치해’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 장관들은 국내 세금 논의를 ‘국가 주권의 본질적 기둥들’이라고 규정하고 개입할 의사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미국의 세제개편이 남용될 우려를 전달했다. 이들은 “만약 (세수 기반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조처가) 남용적인 관행을 겨냥하지 않고 순수한 기업 활동에도 영향을 주는 조처들을 통해서 이뤄진다면 우리는 강력한 우려를 가진다”고 말했다.
유럽연합 국가들을 우려케하는 미국의 세제개편안 내용들은 미 국내에서 기업 활동과 해외 활동을 차별적으로 취급하는 조항들이다. 유럽의 재무장관들은 이를 국제적인 세금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 하원에서 논의되는 ‘내국소비세’는 미국 기업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구매할 때 20%의 추가부담금을 징수한다. 서한은 이런 조항은 “세계무역기구가 제정한 국제규정들과 위배되는 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알트마이어 독일 재무장관 대리는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고 세금 체계를 자신들에게 적합하게 만들 권리가 있다”면서도 이는 현재 발효 중니 국제 규정들을 준수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서한에 대해 미 재무부 대변인은 “재무장관들의 견해에 감사를 표한다”며 “우리는 입법안을 마무리하려고 의회와 밀접히 협력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