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북쪽 나라라지만 이번 겨울 러시아 모스크바는 마치 태양계에서 배제된 도시 같다. 지난달 이 도시에 햇빛이 든 시간이 단 6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타스 통신>을 보면, 지난해 12월 한 달을 통틀어 모스크바 시민들이 해를 볼 수 있던 시간은 6분으로 기상 관측 사상 가장 짧았다. 북반구 고위도 지역인 모스크바에서 12월은 해가 특히 짧은 시기이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18시간은 해를 볼 수 있었다. 이전의 최단 시간 기록이 3시간(2000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12월은 더더욱 믿기 어려울 정도로 해가 짧았다.
로만 빌판드 러시아 기상청장은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들으면 ‘내가 왜 그렇게 우울했는지 이제야 알겠다’고 반응한다”고 말했다. 한 현지 신문은 이번 겨울에 정신과를 찾은 이들 수가 평년보다 늘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의 어두운 하늘은 대서양의 따뜻한 공기 탓이다. 예년보다 따뜻한 해상의 공기가 강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도시 상공의 구름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다. 대신 지난달 모스크바의 추위는 덜했다.
<뉴욕 타임스>는 모스크바 하늘에 대해 “힐러리의 복수”라는 말도 나왔다고 전했다. 2016년 대선에서 러시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은밀히 밀었다는 사실에 착안한 표현인 듯하다.
반면 시베리아는 기록적인 추위를 겪고 있다. 이달 사하공화국의 기온은 영하 65도까지 떨어져 학교 수백 곳이 문을 닫고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됐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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