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2 16:00
수정 : 2018.02.12 20:56
브렉시트 철회 운동단체에 50만파운드 기부
보수 언론 “잉글랜드은행 파산시킨 사람”
난민 등 문제로 동유럽 국가들과도 마찰
“중상모략하는 이들과 싸우게 돼 기뻐”
미국과 유럽 극우파의 공적으로 떠오른 헤지펀드업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88)가 이번에는 브렉시트를 놓고 싸움에 나섰다.
<가디언>은 소로스가 만든 자선 재단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이 브렉시트 반대 운동을 하는 단체 ‘베스트 포 브리튼’에 10만파운드(약 1억5000만원)를 추가 기부하기로 했다고 11일 보도했다. 소로스의 재단은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을 취소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하며 크라우드 펀딩 캠페인을 벌이는 이 단체에 이미 40만파운드를 기부했다.
소로스가 돈을 더 내놓겠다고 한 것은 지난주 영국 보수 신문이 기부 사실을 보도하며 그를 “부자 도박꾼”, “내정에 개입한다는 비난을 받는 인물”이라고 묘사한 것에 자극을 받아서다. 소로스는 “논쟁을 하는 게 아니라 중상모략을 하는 이들과 싸우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인도주의적 지원뿐 아니라 투명한 정부, 민주주의, 난민 보호 등의 가치를 강조하는 소로스의 재단은 각국에서 극우 민족주의 정치 세력과 충돌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자국 출신인 소로스의 재단이 난민을 옹호하는 운동을 하자, 그가 부다페스트에 세운 대학을 폐쇄하려고 한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1989년에 소로스 재단의 돈으로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1년을 보냈지만, 지금은 “헝가리를 공격하는 미국 금융 투기꾼”이라고 소로스를 비난한다. 러시아, 폴란드, 마케도니아, 루마니아에서도 소로스의 재단은 활동이 금지되거나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도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나 반인종주의 운동 시민단체를 지원한 일로 극우 매체의 표적이 됐다.
영국에서는 소로스의 ‘전과’ 탓에 더 시빗거리가 됐다. 소로스 재단의 기부를 처음 보도한 <데일리 텔레그래프>의 제목은 그를 “잉글랜드은행을 파산시킨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소로스의 퀀텀펀드는 1992년 독일 마르크화와 가치가 연동된 영국 파운드화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보고 매도 공세 끝에 한 달여 만에 10억달러(현재 환율로 약 1조842억원)를 벌었다. 백기를 들고 환율 제도를 바꾼 잉글랜드은행은 세계 중앙은행사에서 수모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까지 테리사 메이 총리의 비서실장을 한 닉 티머시가 이 기사를 썼고, 제목에 “비밀 음모”라는 표현까지 들어 있어 역풍도 분다. 반유대주의 선동을 연상시키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소로스는 1930년에 헝가리에서 태어나 나치 치하에서 살아남은 유대인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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