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13 16:30
수정 : 2018.02.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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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로즈 먼데이 축제’에 사민당 대표 마르틴 슐츠가 ‘슐츠 스스로’라고 적은 블렌더에 들어가 직접 몸을 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풍자 작품이 전시돼 있다. 뒤셀도르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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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타결 후 지지율 4%포인트 떨어져 16.5%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과 고작 1.5%포인트 차
슐츠, 외교장관 자리 번복했다가 정치 생명 위기
155년 만에 첫 여성 당수 탄생 임박…“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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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로즈 먼데이 축제’에 사민당 대표 마르틴 슐츠가 ‘슐츠 스스로’라고 적은 블렌더에 들어가 직접 몸을 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풍자 작품이 전시돼 있다. 뒤셀도르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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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과 대연정에 합의한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이 혼돈의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외교·재무·노동·환경부 장관 등 요직을 꿰차며 성공했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마르틴 슐츠(63) 당 대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며 내홍이 불거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당 중앙위원회가 안드레아 날레스(48) 원내대표를 대표로 지명하기로 하면서 “질서 회복을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가 집계한 사민당 지지율은 대연정 협상 타결 후 16.5%까지 폭락했다. 이는 지난해 9월24일 총선에서 받아든 사상 최저 득표율(20.5%)보다도 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보다는 고작 1.5%포인트 앞선 수치다. 독일에서 역사가 가장 길며 한때 유럽 사회민주주의의 향도 역할을 해온 사민당이 추락을 거듭하는 것이다.
당원들은 위기의 시작을 슐츠의 지도력 붕괴로 보고 있다. 슐츠는 대연정을 발표하며 메르켈 정부에서 장관직을 수행하지 않겠다던 이전 약속을 깨고, 자신이 외교장관직을 맡고 당 대표는 날레스에게 넘기겠다고 밝혔다. 비난이 쏟아지자 이틀 만에 번복했지만 이 과정에서 전임 대표인 지그마어 가브리엘 현 외교장관과 알력이 생겼다. 가브리엘 장관이 자리를 지키겠다고 주장하면서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 눈에는 제1당의 꿈을 접은 사민당 지도부가 보수 정당과 연정을 꾸리면서 자리다툼이나 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다. 유럽에서 영향력이 큰 독일에서 외교장관은 매우 중요한 자리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도 사민당 소속으로, 메르켈 총리 정부에서 외교장관과 부총리를 역임하고 지난해 3월 대통령이 됐다.
슐츠가 사의를 밝힌 대표직을 되찾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보는 시각이 다수다. 날레스를 빨리 대표 자리에 앉히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전당대회를 거쳐야 하지만, 날레스가 사민당 창당 155년 만에 첫 여성 당수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날레스는 지난해 9월까지 노동·사회복지 장관을 역임했으며, 사민당 내에서도 진보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블룸버그>는 “날레스의 부상은 사민당의 세대교체를 상징한다”며 “당원들에게 대연정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기가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사민당이 야당의 길을 걸으며 스스로 쇄신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연정에 대한 사민당원 46만명의 찬반 투표는 오는 20일부터 진행되며, 다음달 4일 결과가 발표된다. 무난히 찬성 의견이 모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당의 진로에 대한 고민은 이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랄프 슈테그너 부대표는 “우리에겐 새로운 시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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