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2.28 14:14
수정 : 2018.02.28 20:32
환경단체, 슈투트가르트 등 디젤차 운행 금지 소송 승소
연방행정법원, “시당국이 디젤 차량 금지할 권한 있어”
오염 기준 미충족 차량은 금지…독 자동차업계 타격 예상
독일 법원이 디젤차의 도시 운행을 금지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놨다.
행정사건을 다루는 최종심인 독일 연방행정법원은 27일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 시 당국이 디젤차 운행을 제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고 <데페아>(dpa) 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환경단체인 독일환경행동(DUH)은 자동차산업의 본향이자 메르세데스-벤츠의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 등 두 시 당국이 디젤 차량 운행을 금지해야 한다고 제소해 하급심에서 승소했다. 하지만 두 도시가 각각 주도인 바덴뷔르템베르크주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운행 금지를 부과할 권한이 있는지 놓고 상소해, 라이프치히에 있는 연방행정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렸다.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는 유럽연합(EU)이 규정한 대기오염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독일의 70여개 지방자치단체에 속한다. 이번 판결로 대기오염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는 독일의 다른 도시들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은 모든 디젤차의 운행 금지가 적법하다고 하지는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적절하고 균형 잡힌 규제를 시행하라고 했다. 자영업자나 일부 주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유럽연합이 정한 가장 최근의 배기가스 배출 기준인 ‘유로-6’ 충족 차량은 빠진다. 슈투트가르트의 경우 ‘유로-4’ 차량은 내년 1월부터, ‘유로-5’ 차량은 내년 9월부터 운행 제한에 나서기로 했다.
독일에 있는 디젤차 1500만여대 중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270만대에 불과하다. 나머지 차들이 규제를 피하기 위해 배기가스 저감 장치를 달려면 자동차 업계 또는 소비자들의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 판결이 나오자, 함부르크시 당국은 오는 4월말부터 디젤 차량을 제한하는 조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 마드리드, 아테네, 멕시코시티 등 외국 도시들도 오는 2025년께부터 도심에서 디젤 차량 운행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시장은 빠르면 내년부터 디젤 차량의 도시 진입을 금지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와 영국은 오는 2040년부터 휘발유 및 디젤 차량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번 판결로 독일의 가장 경쟁력 있는 산업인 자동차 제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자동차 업계는 현재 수요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이 판결에 대해 바르바라 헥드릭스 독일 환경장관은 “우리의 목적은 여전히 어떠한 운행 금지도 없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자동차 업체들에게 대책을 촉구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는 자동차 업체들이 오염을 줄이는 장비 개선을 부담해 운행 제한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그동안 이런 방안을 거부해왔다.
자동차 업계의 로비 단체인 독일자동차산업협회의 마티아스 비스만 회장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운행 금지는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각 도시들이 (오염에 대처하는) 수단이 어떤 것이 효과적이고 어울리는지에 대한 각자의 판단을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디젤 차량의 대기 오염 논란은 2015년 독일 업체 폴크스바겐이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하는 장치를 차량에 장착해 환경 기준을 통과했다는 스캔들이 터진 이후 격화되어 왔다. 이 스캔들 이후 노후화된 디젤 차량은 광범위한 검사를 받았고, 독일 등 유럽의 정치권은 노후 차량의 도심 운행 금지를 주장해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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