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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04 16:59 수정 : 2018.03.04 22:52

폭설이 쏟아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3일 트램 차선으로 잘못 진입한 택시를 시민들이 힘을 모아 구조하고 있다. 더블린/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 23명, 영국 10명 등 추위·각종 사고로
더블린에선 눈보라 휩쓴 틈 슈퍼마켓 절도도
북극 폴라 보텍스 파열로 찬 공기 남하한 탓

폭설이 쏟아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3일 트램 차선으로 잘못 진입한 택시를 시민들이 힘을 모아 구조하고 있다. 더블린/로이터 연합뉴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유럽이 기록적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닥친 추위와 폭설로 유럽 전역에서 최소 60명이 사망했다고 3일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폴란드에서 최소 23명이 목숨을 잃었고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네덜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에서도 추위와 눈사태로 촉발된 각종 사고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스위스는 영하 40도까지 기온이 떨어졌고 온화한 기후로 겨울 휴양지 구실을 하는 프랑스 남서부에도 20㎝가량 눈이 쌓였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얼어붙은 운하 위에서 스케이트를 즐기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영국에선 폭풍 ‘에마’까지 덮쳐 최소 10명이 사망하는 등 수십년 만의 최악의 기상 이변을 겪고 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지난 1일부터 쏟아진 눈 때문에 영국 전역에서 크고 작은 자동차 충돌 사고 8260건이 발생했고, 피해 금액은 1000만파운드(약 150억원)를 넘어섰다. 또 최소 1만8000명이 전기 공급이 중단된 채 추위를 견뎠다. 학교 수천 곳이 휴교했고 당국은 시민들에게 외출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콘월주 뉴키의 게스트하우스와 웨일스 남부 나이트클럽 2곳 등이 노숙인을 위해 숙소를 무료로 개방했다.

바티칸 성베드로광장을 방문한 시민들이 눈싸움을 하고 있다. <시엔엔> 방송 누리집 갈무리
교통 대란도 피할 수 없었다. 아일랜드 더블린공항과 코크공항,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히폴공항, 스위스 제네바공항 등이 한파로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가 단계적으로 재개됐다.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과 스코틀랜드 에든버러공항 등 주요 거점 공항에서도 항공편이 무더기로 취소됐다. 더블린에선 눈보라가 휩쓴 틈을 타 슈퍼마켓 2곳에 무단 침입해 물건을 훔친 남성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민들이 3일 꽁꽁 얼어버린 운하 위에 서서 스케이트를 타거나 걸으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암스테르담/로이터 연합뉴스
유럽에선 시베리아 한랭전선에서 영향을 받은 이번 추위를 ‘동쪽에서 온 야수’라고 부르고 있다. 이번주부터 기온이 차츰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북잉글랜드와 웨일스, 북아일랜드,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에선 진눈깨비나 눈 등 한파의 영향이 이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한파는 북극권 대기를 도는 지름 6000㎞의 북극 폴라 보텍스(성층권에 위치하는 소용돌이 기류)의 파열로 생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이먼 클라크 영국 엑서터대 기상학 박사는 <시엔엔>(CNN) 방송에 “평소 제트기류 덕분에 극지방에 갇혀 있던 폴라 보텍스가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남쪽으로 유입된다”며 “성층권 온난화로 제트기류가 쪼개지면서 얼어 있던 극지방 공기가 남쪽으로 넘어왔다”고 설명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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