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05 17:46
수정 : 2018.03.0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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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사망서 부활한 베를루스코니, 우파연합 1위 견인차
극우당 동맹 마테오 살비니, 우파연합 내 정당 1위 가능성
31살 디 마이오의 반체제 오성운동, 창당 9년만 최대 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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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총선을 치른 이탈리아 유권자들은 개표가 끝난 5일 아침 눈을 떠서도 여전히 차기 총리가 누가 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실업과 부패 및 난민까지 삼중고에 지친 유권자의 절반이 중도 정당을 버리고 포퓰리즘·반유럽연합 정당을 선택했으나, 어떤 정파도 집권 가능 의석을 차지하지 못했다. 유권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향후 이합집산 결과에 따라 정부가 구성돼야 할 상황이다.
이탈리아 일간 <일 파토 쿼티디아노>는 총선 뒤 1면 제목으로 “모든 것이 변할 것”이라며 기성 정치 체제의 전복을 짚었다. 집권 민주당의 안드레아 마르쿠치 상원의원은 페이스북에 “유권자들이 매우 분명하고 반박할 수 없게 말했다. 포퓰리스트들이 이겼고 민주당이 졌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대안 없는 중도좌파 민주당을 버리고 ‘차악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표심은 세 명의 포퓰리스트 지도자를 향해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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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이탈리아 전 총리가 4일 밀라노의 총선 투표소에 도착한 모습. 밀라노/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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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총리 출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는 자신의 중도우파 ‘포르차(전진) 이탈리아’와 극우 정당 ‘동맹’(옛 북부동맹), ‘이탈리아 형제들’이 연대한 우파연합의 최다 득표를 견인했다. 우파연합은 약 37%를 득표했으나, 정부 구성에 필요한 40%에는 못 미쳐 단독으로 정부 구성을 할 수 없다. 다만 탈세 유죄 판결로 내년까지 공무 담임권이 없는 베를루스코니의 부활을 알리기엔 충분한 승리다.
우파연합은 “선박을 통해 유입되는 난민을 완전히 차단하고, 불법 이주 난민을 모두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실현 불가능한 공약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이탈리아에는 2013년 이래 지중해를 거쳐 60만명의 난민이 들어왔다. 민주당 정부가 리비아와 지난해 7월 협약을 맺은 뒤부터 입국 난민 수가 전년 대비 70% 급감했지만, 유권자들은 더 강력한 메시지를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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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극우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가 4일 총손 투표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밀라노/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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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연합에 참여한 ‘동맹’의 메테오 살비니(44) 대표의 차기 총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출구조사 결과 우파연합 내에서 17.7%를 얻은 ‘동맹’이 13.3%를 얻은 ‘포르차 이탈리아’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우파연합이 정부 구성에 성공한다면, 베를루스코니가 지지하는 안토니오 타야니 유럽의회 의장 대신 강경한 반이민·반무슬림주의자 살비니가 총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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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4일 나폴리의 투표소에 도착한 모습. 나폴리/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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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살 대학 중퇴자이자 직전 직업이 웨이터인 루이지 디 마이오(31) 하원 부의장이 이끄는 반체제 오성운동은 31%를 득표했다. 창당 9년 만에 단일 정당으로는 최대 정당으로 올라섰다. 오성운동은 물·교통·개발·인터넷접근성·환경 5가지를 주 관심사로 삼아 모든 후보와 주요 정책을 인터넷 투표로 결정한다. 2011년 유럽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이탈리아 경제는 서서히 회복되고 있으나, 국내총생산(GDP)은 여전히 위기 이전보다 5.7% 낮다. 2016년 기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인 1800만명이 빈곤층이다. 오성운동은 저소득층에게 기본소득 730유로(약 100만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난 젊은층과 경제난이 심각한 남부 유권자들은 열광했다.
오성운동이 정부 구성을 주도한다면 디 마이오가 역대 최연소 총리에 오를 수도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같은 포퓰리스트 정당이지만 이민자 문제 등에서 이견이 큰 오성운동과 ‘동맹’이 연합할 가능성보다는 좌파 지지자가 많은 오성운동이 중도좌파 민주당과 연합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관측한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 중심의 중도좌파 연합은 23%를 얻어 3위를 차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는 역대 최저 수준인 20%를 득표했다. 오성운동과 연합하거나, 대 유럽연합 정책 등이 비슷한 ‘포르차 이탈리아’와 2013년 총선 때처럼 좌·우 대연정을 구성하지 않는 한 야당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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