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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06 16:05 수정 : 2018.03.06 21:01

영국 경찰이 5일 남부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스파이 음독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솔즈베리/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위해 스파이 활동 러시아군 대령 출신
쇼핑몰 의자에서 30대 여성과 함께 의식 잃어
2006년 리트비넨코 피폭 사망 사건과 비슷
영국 언론들, 러시아가 배후라고 강한 의심

영국 경찰이 5일 남부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스파이 음독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솔즈베리/로이터 연합뉴스
국가 기밀을 넘긴 죄로 러시아에서 수감 생활을 하다 스파이 교환으로 영국에 정착한 러시아인이 위독한 상태로 발견됐다. 2006년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스파이 방사능 피폭 사건과 비슷한 수법이라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받고 있다.

<비비시>(BBC) 방송은 5일 오후 윌트셔주 솔즈베리의 쇼핑몰 외부 의자에서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아(33)가 미확인 물질에 노출돼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경찰은 이들한테 눈에 띄는 상처가 발견되지는 않았으며, 주변 쓰레기통에서 화학·생물학적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목격자는 “여성은 남성에게 기대어 있었고 마치 죽은 것처럼 보였다”며 “남성은 손의 움직임이 다소 이상했고 하늘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꽤 강한 것을 먹은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소량으로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합성 마취제 펜타닐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현장을 조사하던 경찰관 2명도 경미한 이상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다.

스크리팔은 러시아 육군의 정보 분야 대령 출신이다. 유럽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러시아 기관과 인물 정보를 영국 해외정보국(MI6)에 넘겼다는 이유로 2006년 징역 13년을 선고받았다. 러시아 정부는 그가 1995년부터 영국을 위해 스파이 노릇을 하고 그 대가로 10만달러(약 1억751만원)가량을 받았다고 했다. 스크리팔은 2010년 미국과 러시아의 스파이 맞교환 때 풀려나 영국에 정착했다. 7년간 솔즈베리에서 살아온 스크리팔은 이웃을 집에 초대해 음식을 나눠 먹을 정도로 친근한 사람이었으며, 몇년 전 자동차 사고로 아내를 잃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아들마저 지난해 러시아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일이 왜 일어나게 됐는지 추정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설명했다.

2006년 재판을 받고 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이번 사건은 2006년 11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출신인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당시 43살) 독살 사건을 떠오르게 한다. 리트비넨코는 런던 중심부 술집에서 전직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안드레이 루고보이, 드미트리 콥툰과 만났다가 변을 당했다. 리트비넨코는 방사성 폴로늄210이 든 차를 마신 뒤 3주간 앓다가 장기 대부분이 손상된 상태로 숨졌다. 영국 정보 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인한 암살로 보인다고 결론내렸다. 이 사건은 국제적 스캔들로 비화했고 러시아와 영국 사이의 불화는 수년간 지속됐다. 푸틴 대통령은 연루 의혹을 부인하며 용의자 신병 인도도 거부했다. 루고보이는 2007년에 두마(러시아 하원)에 입성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루고보이와 콥툰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리트비넨코의 친구인 알렉스 골드파브는 <가디언>에 “스크리팔 사건에는 러시아의 음모가 들어 있다는 암시가 있다”며 “흥미로운 점은 이번 사건이 러시아 대선(18일) 직전에 일어났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리트비넨코의 아내 마리나는 <비비시>에 “11년 전 내게 일어났던 일처럼 기시감이 든다”며 “여전히 구식인,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러시아 쪽은 “새 임기를 맡을 것으로 확실시되는 푸틴 대통령을 깎아내리려는 영국의 시도”라고 주장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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