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3.06 16:54
수정 : 2018.03.0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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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성폭력 예방 캠페인 포스터와 관련한 기사를 게재한 영국 <텔레그래프>의 5일 기사. 사진 출처: 텔레그래프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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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자유 중시 문화→마초문화 규제로 이행
합의에 의한 성관계 불처벌 연령 ‘6살→15살’
미성년자 성범죄 공소시효도 10년 연장 계획
공공장소서 추파 던지는 ‘캣콜링’은 벌금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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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의 성폭력 예방 캠페인 포스터와 관련한 기사를 게재한 영국 <텔레그래프>의 5일 기사. 사진 출처: 텔레그래프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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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부터 프랑스 파리의 대중교통에 지하철 봉을 붙들고 서있는 여성을 포위한 늑대·상어·불곰 포스터가 걸렸다. 파리시의 성폭력 예방 캠페인 일환으로, 세 포식자는 여성을 괴롭히는 성범죄자를 의미한다. 여성을 성희롱·성추행하는 남성은 ‘강한 남자’가 아니라 짐승일 뿐이라는 강력한 메시지가 담겼다.
성폭력 고발 ‘#미투 캠페인’ 이후,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나머지 때로는 성범죄에 관대한 ‘마초 문화’라는 비판을 받아온 프랑스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여배우 카트린 드뇌브 등 각계 여성 100명이 “남성의 유혹할 자유는 성적 자유에 필수 불가결하다”며 ‘#미투’를 영미권 청교도주의의 침범으로 몰아가는 반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도 합의에 의한 것이라도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거나 공공장소에서 여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등의 과도한 성적 행위를 낭만이 아닌 성범죄로 단죄하는 쪽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마를렌 시아파 남녀평등 장관은 5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정부가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면 처벌하지 않는 기준) 연령을 15살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성폭력 공소시효도 ‘피해자가 18살이 된 뒤 20년’에서 ‘18살이 된 뒤 30년’으로 연장할 계획이다.
현재 프랑스에서는 법적으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 연령 제한이 없다. 대법원에서 5살 이하는 ‘합의’할 수 없다고 판시했을 뿐이다. 또 성폭행을 “폭력·강제성·협박·기습에 의한 성적인 삽입”으로 규정해,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맺더라도 강제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성폭행 처벌을 받지 않는다.
지난 1월 두 아이를 둔 29살 남성이 11살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변호인은 두 사람이 공원에서 만났고, 소녀가 자발적으로 아파트로 따라갔으며, 합의에 의해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남성이 상대를 최소 16살로 생각했고, 소녀의 나이가 11살 하고도 10개월인 ‘거의 12살’이기 때문에 아이가 아니라는 변론까지 펼쳤다.
소녀의 가족과 변호인은 “소녀가 너무 어리고 저항하는 데 혼란을 느꼈다”며 성폭행이라고 주장했으나, 검찰은 이 남성을 성폭행이 아닌 ‘15살 미만 미성년자 성학대’ 혐의로 기소했다. 미성년자 성폭행은 최소 징역 15년에서 최장 20년에 처해지지만, 미성년자 성학대는 최대 형량이 5년형이다. 지난 11월에도 법원이 2009년에 다른 11살 소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살 남성에게 폭력과 강제성이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미투’ 열풍이 사그라들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도 11살 소녀에 대한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지 않자 분노의 여론이 들끓었다. 급기야 법원은 기소가 잘못됐다며 검찰에 재수사를 명령했다.
과거 프랑스 남성 특유의 ‘유혹 문화’쯤으로 인식됐던 ‘캣 콜링’도 몇달 내로 벌금형 대상이 된다. 프랑스 정부는 공공장소에서 낯선 여성에게 휘파람을 불거나 저속한 표현으로 희롱하거나 집요하게 쫓아오거나 전화번호를 묻는 행위에 최대 750유로(약 1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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