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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27 14:40 수정 : 2018.03.27 20:35

사진 출처: 독일 푸드뱅크 타펠 누리집

푸드뱅크 외국인 배급 중단 논란 이어
보건 장관은 ‘독일엔 빈곤 없다’는 태도
“빈부격차 100년 전 수준” 비난 쏟아져
“가난한 이들끼리 경쟁 치열해져” 해석도

사진 출처: 독일 푸드뱅크 타펠 누리집
독일에서 ‘빈곤 논쟁’의 불이 붙었다. 발단은 에센시에서 푸드뱅크 타펠이 외국인을 배급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한 일이다. 타펠은 1993년 설립된 푸드뱅크로, 기업에서 식료품을 기부 받아 나눠주는 자선단체다. 지난 1월10일 에센시 타펠은 독일 여권 소유자에게만 배급을 해주겠다고 밝혔다. 전통적 공업지대인 루르 지방에 있는 에센은 다른 지역보다 실업률이 높은 편이다.

에센의 타펠은 수급자들 중 4분의 3이 외국인이고, 이들 때문에 ‘독일’ 노인이나 한부모 가정 여성들이 밀려나고 있다며 외국인 배제 조처를 해명했다. 독일어를 쓰지 않는 젊은 남성들이 새치기를 하며, 일부는 여성을 비하하는 언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이 알려지자, 식료품을 나르는 차에 ‘나치’라는 낙서가 새겨지고 비판이 들끓었다. 결국 3월 초에 외국인 배급 배제 방침이 취소됐다.

그런데 최근 출범한 새 정부의 보건장관 옌스 슈판(기민련)의 언사가 빈곤 논쟁에 다시 기름을 부었다. 그는 장기 실업자 기초실업수당인 하르츠Ⅳ에 대해 “빈곤의 상징이 아니다. 하르츠Ⅳ로 누구나 생활에 필요한 것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수당을 받는다면 타펠에 가지 않고도 굶을 일이 없다”고 했다. 푸드뱅크는 배고픈 사람들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음식물을 버리지 않기 위해 존재한다고도 했다.

빈곤 문제에 대처해야 할 부처의 장관이 가난이 뭔지도 모르고, 심각해지는 문제를 부정한다며 연립정부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장기 실업자와 저소득자에게 주는 하르츠Ⅳ 수당은 월 416유로(월 55만6천원)로, 지난해 430만명이 이를 받았다. 신임 노동장관 후베르투스 하일(사민당)은 “이런 논란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를 분열시킨다”고 비판했다. 노르베르트 블륌 전 노동장관도 “하르츠Ⅳ 수당을 받는 사람들의 감정은 생각하지도 않는 냉정한 언사”라고 비판했다.

최근 독일 경제는 완전고용에 근접하며 호황을 누리지만 빈부 격차는 1913년 수준과 같아졌다. 불평등 문제에 관한 한 보고서를 보면, 부유층 지갑은 두터워진 반면 직장인 40%가 20년 전보다 소득이 줄었다. 게다가 대도시 임대료가 폭등해, 실업 등에 대비해 저축할 여력이 사라지고 있다.

에센 푸드뱅크의 외국인 차별도 호황의 그늘에 가려진 가난한 이들끼리의 경쟁이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치학자 슈테판 루프트는 최근 <쥐트도이체 차이퉁> 기고에서, 저임금 분야에서 난민들과 독일 저소득층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에 대처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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