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01 16:30
수정 : 2018.04.01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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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소피아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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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기 건축 동방기독교 중심, 15세기 피점령 뒤 모스크 기능
아타튀르크가 박물관으로 바꿔…이슬람-기독교 공존 시설
이슬람주의 강화에 모스크 전환 주장…그리스 등은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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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소피아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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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 박물관’에서 코란을 암송했다. 성소피아 또는 아야소피아라는 이름으로 기독교와 이슬람의 핵심 사원으로 기능해온 이 건물을 다시 모스크로 바꿔 종교·문명 간 갈등을 키우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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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소피아 천장의 성모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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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피>(AP) 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31일 전통 문화축제 개막 행사를 위해 아야소피아를 방문해 코란의 첫 구절을 암송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어 “우리에게 이 걸작을 유산으로 남겨준 모든 이들, 특히 이스탄불의 정복자”한테 기도를 바친다고 말했다.
‘이스탄불의 정복자’는 1453년에 동로마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현재의 이스탄불)을 정복한 오스만튀르크의 술탄 메흐메드 2세를 말한다. 메흐메드 2세는 동방정교회의 중심이었던 성소피아성당을 모스크로 개조해 이슬람제국의 대표 사원으로 쓰게 했다.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가 6세기에 건립한 이 건물은 비잔틴제국 최고의 건축물로 꼽힌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이 건물은 지금은 특정 종교의 시설이 아닌 박물관으로 쓰인다. ‘터키 건국의 아버지’인 케말 아타튀르크가 1935년에 아야소피아의 모스크로서의 기능을 폐지하고 박물관으로 바꿨다. 아타튀르크가 강하게 추진한 세속화 정책의 상징이기도 하다. 현재 아야소피아는 두 종교의 모습을 모두 갖고 관람객들을 맞고 있다. 궁륭에는 성모와 아기 예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모스크로 쓰이던 시기에 회칠을 한 벽면이 복원되면서 귀중한 기독교 모자이크가 드러나고 있다. 한편으로는 코란 구절이 커다랗게 장식돼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이후 이슬람주의자들은 아야소피아의 성격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2015년에는 박물관 개칭 뒤 처음으로 이슬람 성직자가 아야소피아 안에서 코란을 암송했다. 이듬해에도 라마단(금식월) 때 이슬람 의식이 개최됐다. 아야소피아 밖에서 수천명이 모스크로의 재전환을 요구하는 기도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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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 다섯째) 등이 31일 아야소피아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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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속주의와의 결별을 추구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의 역사적 모스크들이 박물관으로 바뀌었다”며, 아야소피아의 성격을 바꾸고 싶다는 의지까지 내비쳤다. 또 “서구보다 더 서구적이며, 터키 민족의 가치에 어긋나는” 자국 문화계 인사들을 비난했다.
비잔틴제국과 동방기독교의 적통임을 내세우는 그리스는 아야소피아의 성격 변경 가능성에 반발하고 있다. 헤더 나워트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해 이 논란에 대해 “복잡한 역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아야소피아를 보존해야 한다”고 터키 정부에 촉구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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