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4.12 11:37
수정 : 2018.04.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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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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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묵인 칠레 주교 문제로 비난 받아오다
“진실한 정보 얻지 못했었다”며 오류 인정
“내가 고통 가한 이들에 용서 구해” 공개서한
칠레 주교들 바티칸 소환, 피해자 면담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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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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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오류의 화신일 것 같은 교황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례적인 참회의 메시지를 내놨다. 성폭력에 연루된 칠레 사제를 비호했다는 비난을 받아온 교황은 칠레 주교 전원을 바티칸으로 소환하고,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사과하겠다고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1일 칠레 주교 32명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자신이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를 얻지 못해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데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또 “내가 고통을 가한 모든 이들한테 용서를 구하며, 몇주 안에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교황이 매우 보기 드문 공개 사과를 한 것은 자신이 2015년 주교로 서임한 후안 바로스 때문이다. 바로스 주교는 1980년대에 상급 성직자의 남자아이들에 대한 성폭력을 직접 목격하고도 아무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칠레 수사기관 조사에서 드러났다. 성폭력 가해자인 페르난도 카라디마 주교는 2011년 바티칸으로부터 수도원에서 평생 참회하고 기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교황은 지난 1월에 칠레를 방문했을 때 기자들에게 ‘증거를 내놓으라’는 식으로 반응하며 바로스 주교를 적극 두둔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교황은 “그가 무고하다고 확신한다”, “나로서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그를 비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증거도 없는데 비난하면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사제들이 약자들에게 가한 폭력은 “회복할 수 없는 상처”라며 유감을 표했지만 바로스 주교만은 비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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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바로스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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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수십 명이 바로스 주교의 비행을 증언한 상태여서 교황은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사제 성폭력 문제에 대처하려는 교회의 노력이 교황의 한마디에 물거품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재위 5년간 약자를 적극 보호하는 진보적 행보로 쌓아온 교황의 인기도 타격을 입었다. 바로스 주교를 자신이 임명했기에 더 두둔한다는 말도 나왔다.
교황은 이번 서한에서 2300페이지에 이르는 관련 자료를 읽고 판단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첨가물을 더하지 않고 건실한 자세로 발언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이는 나에게 고통과 부끄러움을 일으킨다”고 밝혔다. 교황은 칠레 주교들과 함께 사건의 진상과 피해 배상을 논의하고 “우리의 실수와 죄 때문에 깨진 교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에이피>(AP) 통신은 바로스 주교를 고발한 이들 중 일부는 교황의 반성에 사의를 표하면서 초대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바로스 주교가 이끄는 칠레 오소르노 교구의 사제들은 그의 즉각적 해임을 요구했다.
바로스 주교 문제는 주교 서임 전부터 제기된 사안인데 교황의 사과는 너무 늦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바로스 주교의 서임을 앞두고 칠레 사제들과 신도들은 교황에게 편지를 보내 서임에 반대하고, 그의 취임식에서는 수백명이 검은 옷을 입고 시위하기도 했다. 미국 보스턴에서 사제 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단체를 이끄는 앤 배럿 도일은, 교황은 이미 2015년에 피해자한테 직접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교황이 (바로스 주교는 잘못하지 않았다는) 잘못됐거나 부적절한 정보를 받았다면 스스로 그렇게 하기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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