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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29 12:16 수정 : 2018.04.29 19:09

27일 새벽 2시30분께 사망, 부모 페이스북에 남겨
프란치스코 교황 “아이 부모 위해 특별히 기도”
전세계에 연명치료 둘러싼 둘러싼 논쟁 남겨

27일 새벽 숨진 영국 아이 알피. 연명치료에 대한 세계적인 논쟁을 일으켰다. AFP 연합뉴스
“나의 검투사가 새벽 2시 반에 자신의 방패를 내려 놓았다. 가슴이 무너진다. 아이야, 널 사랑해(I LOVE YOU MY GUY)”

병원이 반대하는 연명 조처를 계속해야 하는지를 두고 세계적인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생후 1년11개월 된 영국 남자 아이 알피 에반스가 28일 새벽 2시30분께(현지시각) 숨졌다. 그의 아빠인 토마스 에반스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이의 죽음 알리며 “가슴이 무너진다. 아이야, 널 사랑해”라는 글을 올렸다. 알피의 연명치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던 프란치스코 교황도 트위터를 통해 “작은 알피의 죽음에 나는 깊은 감회를 느낀다. 오늘 아버지인 신께서 그를 부드럽게 안아주시도록 부모를 위해 특별히 기도했다”고 적었다.

알피는 생후 2년을 넘기지 못한 채 숨졌지만, 그의 죽음은 영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연명치료의 실효를 둘러싼 큰 질문을 던졌다.

2016년 5월에 태어난 알피는 특이한 뇌질환으로 발작을 일으킨 뒤 2016년 12월 영국 중서부 리버풀의 올더 헤이 아동병원에 입원했다.

치료는 쉽지 않았다. 병원은 “알피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식물인간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연명 치료는 무의미할 뿐 아니라 아이에게 비인도적인 행위”라며 치료 중단을 주장했다. 그러나 아이의 아빠인 토마스와 엄마 제임스 케이트(20)는 “생명을 포기할 순 없다”며 계속 치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의 싸움은 결국 법정으로 옮겨졌다. 4개월에 걸친 소송 끝에 영국 법원은 지난 2월 “치료 가능성이 없다”는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부모는 항소했지만 영국 법원은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래도 가족은 포기하지 않았다. 유럽인권재판소(ECHR)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바티칸에 손을 내밀었다. 아빠 토마스는 18일 교황을 만나 “아이를 살려달라”고 요청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직 하느님만이 생명을 주관할 수 있다. 새로운 치료를 하고 싶다는 양친의 마음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히며, 알피가 교황청이 운영하는 로마의 아동전문병원인 제수 밤비노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알피의 연명 치료 지원 의사를 밝히자 이탈리아 정부도 알피에게 이탈리아 시민권을 발급하고, 환자 이송을 대비해 군용기를 대기시키는 등 조처를 취했다. 그러나 영국 항소법원은 알피에 대한 사법 관할권은 영국에 있다며 끝내 이송을 허용하지 않았다. 토마스는 26일 로마의 가톨릭 방송사 과 인터뷰에서 “교황이 이곳 리버풀에 와서 이 병원이 내 아들을 어떻게 인질로 잡고 있는지를 보셨으면 좋겠다”며 병원과 법원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알피의 연명치료를 주장하던 지지자들이 아이가 입원해 있던 리버풀 올더 헤더 아동병원 밖에 가져다 둔 기념품들. AFP 연합뉴스
법원 판결에 따라 병원은 23일 알피의 생명유지장치를 떼어냈다. 이후 알피는 5일 동안 자발적으로 호흡을 이어간 끝에 28일 새벽 사망했다. 엄마 케이트는 페이스북에 “오늘 새벽 2시30분에 우리 아기에게 (천사의) 날개가 돋아났다. 가슴이 찢어진다. 지지해준 모든 이들에 감사한다”는 글을 남겼다.

알피가 숨진 뒤 ‘알피의 군대’(Alfie’s Army)라는 이름으로 그를 지원해왔던 수백명이 하늘을 향해 풍선을 날렸다. 알피의 고모 사라 에반스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우린 모두 가족처럼 크게 상심했다”고 말했다고 영국 <비비시>(BBC)가 전했다. 아이의 연명치료를 반대했던 올더 헤이 병원도 성명을 내어 “우리 모두 알피, 케이트, 톰 그리고 모든 가족과 슬픔을 같이 한다. 그들에게 이는 매우 힘겨운 여정이었다”고 밝혔다.

길윤형 기자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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