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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04 17:29 수정 : 2018.06.04 21:34

이탈리아의 부총리 겸 내무장관 마테오 살비니(가운데)가 3일 시칠리아주 카타니아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난민에 대한 강경책을 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카타니아/AP 연합뉴스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시칠리아
“유럽 난민 수용소 되는 것 이걸로 충분하다” 강조
같은 날 튀니지와 터키 앞바다 난민선 침몰 수십명 사망
슬로베니아 총선에서도 반난민 기치 내건 정당이 1위

이탈리아의 부총리 겸 내무장관 마테오 살비니(가운데)가 3일 시칠리아주 카타니아에서 지지자들과 만나 난민에 대한 강경책을 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카타니아/AP 연합뉴스
난민을 향해 “짐 쌀 준비를 하라”는 이탈리아 신임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엄포가 나온 날, 지중해에서는 ‘유러피언 드림’을 꿈꾸며 목숨을 건 항해에 나선 난민 수십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가디언>은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3일 취임 후 첫 행선지로 시칠리아 최남단 포잘로를 선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곳에서 “시칠리아가 유럽 난민 수용소가 되는 것은 이걸로 충분하다. 그들이 밀려올 때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강경한 반난민 정책을 시사했다. 이어 들른 시칠리아 동부 카타니아에서는 “우리는 추방센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살비니 장관은 시칠리아로 향하기 전 로마 대통령궁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법 이민자를 위한 ‘좋은 시절’은 끝났다”면서 “짐을 쌀 준비를 하라”고 말했다. 시칠리아는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이 만나게 되는 첫 유럽 땅이다.

살비니 장관은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함께 연립 정부를 구성한 극우 정당의 모임인 ‘연합’의 대표이다. 그는 강력한 반난민 정책을 주장하는 우파 구호를 내세워 지지 기반을 넓혀왔다. 3월 총선 때 ‘불법 이민자 50만명을 추방하겠다’는 공약을 내놨고, ‘이탈리아 우선’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달 페이스북에 올린 동영상에서는 “이탈리아의 존엄, 미래, 사업은 물론 국경까지도 파는 노예보다는 차라리 야만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 그래픽을 누르면 확대됩니다.
살비니 장관이 시칠리아로 향하기 직전 시칠리아로 향하던 난민선이 튀니지 남동부 카르크나섬 인근에서 침몰해 튀니지·모로코·리비아 등 아프리카 출신 난민 최소 48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대 승선 인원이 90명인 배에 180명이 타고 항해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승선자는 난파선 잔해에 매달려 9시간여를 버티다 목숨을 건졌다. 한 생존자는 <로이터> 통신에 “배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선장이 해안경비대에 체포되지 않으려고 배를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번 참사는 지난해 2월 난민 90명이 리비아 인근 해상에서 숨진 이후 최악의 사고다.

같은 날 터키 안탈리아 인근에서도 난민선이 침몰했다. 시리아 출신 15명이 터키 하타이주에서 소형 배를 타고 안탈리아로 넘어오다가 가라앉아 어린이 6명 등 9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제이주기구(IOM)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지중해를 통해 난민 3만300명이 유럽 진입을 시도했으며, 이 중 655명이 사고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당국은 올해에만 난민 1만3500명이 입국했다고 밝혔다.

야네즈 얀사(가운데) 슬로베니아 전 총리가 3일 수도 류블랴나에서 자신이 이끄는 우파 정당 슬로베니아민주당(SDS)이 총선에서 득표율 25%를 기록하며 제1당 자리를 꿰찬 뒤 기자회견을 열고 기뻐하고 있다. 류블랴나/EPA 연합뉴스
유럽의 ‘반난민 전선’이 두터워지는 가운데 3일 동유럽 소국 슬로베니아의 총선도 난민 문제가 결과를 갈랐다. 4년 만에 우파 정당 슬로베니아민주당이 득표율 25%로 제1당이 됐다. 슬로베니아민주당을 이끄는 야네즈 얀사 전 총리는 선거 운동 기간 중 “이민자에게 쓰는 돈을 국방비로 쓰는 게 낫다”며 반난민 정서에 호소했다. 승리 발표 뒤에도 “슬로베니아 시민 번영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이민자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동유럽의 헝가리, 오스트리아, 폴란드, 체코에 이어 슬로베니아까지 반난민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슬로베니아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하겠다고 밝힌 정당이 득표율 7.1%를 차지한 중도 우파 노바슬로베니아뿐이어서 정부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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