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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13 15:47 수정 : 2018.06.13 20:02

그리스-마케도니아 27년 이어진 ‘국명 전쟁’ 종결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1991년 이후 분쟁 지속
그리스 쪽 “역사 도용·영유권 주장 가능성 있다”며 최근까지 시위
마케도니아는 고립된 현 상황 벗어나 경제 발전 도모
가디언 “40대인 양국 총리, 양국 관계에 진보적 견해 보인 것”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가 27년간 이어진 ‘국명 전쟁’에 대해 ‘종전’을 선언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12일 “수개월 간의 협상 끝에 오랜 기간 이어져 온 견해차를 해결할 수 있는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마케도니아는 ‘북마케도니아공화국’(the Republic of Northern Macedonia)으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치프라스 총리는 “양국 관계와 국내, 국제적으로 모두 적용될 변화”라고 밝혔다.

조란 자에브 마케도니아 총리는 이번 합의로 마케도니아 민족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냈다고 강조했다. 또 올해 말 국명 교체 안을 국민 투표에 부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케도니아가 최종적으로 국명을 바꾸기 위해선 국민 투표를 거쳐야 한다. 적지 않은 시민들과 야당이 반대하고 있어 마지막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두 나라는 1991년 옛 유고연방에서 마케도니아가 독립을 선언하면서 지금껏 이름을 둘러싸고 마찰을 벌여왔다. 그리스는 마케도니아라는 이름이 알렉산더 대왕을 배출한 고대 마케도니아왕국 중심지인 그리스 북부로부터 연유했다며, 마케도니아가 역사를 도용한 것이라고 반발해왔다. 언제든 자국 영토인 마케도니아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이유까지 내걸며 강력히 대응했다.

반면 마케도니아는 이 이름이 고대 그리스 때부터 사용된 것이며, 자국 영토의 상당 부분이 마케도니아왕국의 일부였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1993년에 중재안으로 ‘옛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이라는 이름을 쓰게 했지만 많은 국가들이 그냥 마케도니아로 불렀다. 지난 2월까지도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 최소 시민 14만명이 모여 “마케도니아는 그리스”라고 구호를 외쳤다.

‘국명 전쟁’은 마케도니아가 1993년 유엔에 ‘마케도니아 공화국’이란 이름으로 가입하면서 불씨가 커졌다. 마케도니아는 이름 때문에 200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무산됐고, 유럽연합(EU) 가입도 추진 과정에서 번번이 좌절됐다. 그리스가 때마다 막아섰기 때문이다.

2015년 치프라스 총리가 집권하면서 마케도니아와의 분쟁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매슈 니메츠 유엔 특사가 중재자로 나섰고, 자에브 총리가 지난해 정권을 잡으면서 양국 간 합의는 급물살을 탔다.

마케도니아에겐 단순히 역사 논쟁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지중해 소국으로서 고립된 현 상황을 벗어나, 넓은 유럽 공동체에 통합되기 위한 첫 걸음이었다. 자에브 총리는 “경제적 발전과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유럽적 관점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본능적으로 반민족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40대 초반 치프라스 총리와 자에브 총리가 오랫동안 양국 관계에 해를 끼치고 마케도니아의 유럽연합과 나토 가입을 발목 잡은 분쟁에 대해 진보적인 견해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양국의 민족주의자들이 협상을 배반행위로 간주하면서 양쪽 모두에서 향후 갈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더 넓은 서부 발칸 지역을 가로질러 평화와 안정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축하했고,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행운을 빈다. 치프라스 총리와 자에브 총리 덕분에 불가능한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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