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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18 15:02 수정 : 2018.06.18 22:04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독, 난민 통제 문제로 내무장관이 총리에 반기
국경 개방 유지해온 메르켈 총리 궁지에 몰려
난민선 표류·10대 살해 등으로 유럽 정치 혼란
기사련 이반 때는 중도우파 정치 파탄 가능성
메르켈 ‘시간 달라’며 유럽 정상들에게 S.O.S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이름도 비슷한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기민련)과 기독교사회연합(CSU·기사련)은 중도우파 정치 동맹인 기민-기사연합을 구성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 독일 정치의 핵심 축으로 기능한 두 당은 ‘자매 정당’으로 일컬어지지만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유럽 정치권을 강타한 ‘난민 쓰나미’에 분열 위기에 봉착했다.

독일 일간 <빌트>는 17일 “월요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정부에 운명의 날”이라고 보도했다. 18일(현지시각)에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련의 파트너인 기사련이 국경 통제 문제를 두고 최후통첩을 할 것이라며 쓴 표현이다.

기사련 대표이기도 한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의 정책 제안이 분열의 발단이다. 그는 다른 유럽 국가에 난민 신청을 한 사람은 독일 국경을 못 넘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국경 개방을 주장하는 메르켈 총리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메르켈 총리는 2015년 ‘난민 위기’ 때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등이 국경을 걸어잠그는데도 국경을 개방해 많은 난민을 받았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
난민 문제는 최근 잇따른 사건으로 다시 핵심 쟁점이 됐다. 17일 아프리카 난민 600여명을 태운 구조선이 이탈리아와 몰타에서 입항을 거부당하고 지중해를 떠돌다 스페인 발렌시아에 입항했다. 포퓰리즘과 극우의 연립 정권이 들어선 이탈리아는 다른 난민선 입항도 거부하겠다고 했다. 이달 초에는 독일 헤센주에서 이라크·터키 출신자들이 14살 소녀를 성폭행하고 살해했다. 기사련의 국경 통제 주장은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기민련과 기사련은 연방의회에서 항상 통일된 정책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부유하고 보수적인 남부 바이에른주가 기반인 ‘지역 정당’ 기사련은 보수 유권자층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바이에른주는 남쪽에서 밀려오는 난민의 주요 통로이기도 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2당인 사회민주당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도 기사련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련은 하반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제호퍼 장관은 3월 입각 전까지 바이에른 주지사였기에 현지 민심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그는 “우리는 단지 난민을 국경 밖으로 되돌려보내는 지속 가능한 해법을 추구한다”며 “기민-기사연합 해체나 총리 타도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무장관이 계속 반기를 들면 메르켈 총리도 최후의 선택으로 내몰릴 수 있다. 제호퍼 장관을 해임하는 초강수를 쓸 경우 70년 넘게 이어진 정치 동맹의 붕괴가 불가피하다. 그러면 총선이 치러진 지 5개월여가 지난 3월에야 사민당까지 끌어들인 대연정을 통해 간신히 내각을 구성한 메르켈 4기 정부의 운명도 끝장이다.

메르켈 총리는 시간 벌기와 책임 분산에 나섰다. 28~29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국경 통제에 관한 합의를 시도하겠다며 기다려달라고 요구했다. 메르켈 총리에게는 ‘유럽의 통합’과 ‘독일의 통합’, 혹은 ‘유럽의 가치’와 ‘자신의 정치생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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