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무솔리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소수민족 집시 공격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18일 지역방송 출연 “인구조사 해 비국적자 추방” 선언
“이민자들 짐 쌀 준비하라”·난민 구조선 입항 거부 비난받기도
이탈리아 유대인단체 “무솔리니 정권의 유대인 탄압 떠올리게 해”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 페이스북 갈무리

이탈리아 극우 정당의 대표로 최근 내무장관에 취임한 마테오 살비니가 자국 내 소수민족인 집시를 상대로 인구 조사를 벌여 국적이 없는 이들을 추방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살비니 내무장관은 18일 북부 롬바르디아주 지역 방송에 출연해 이탈리아의 집시 집단을 대상으로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방식으로 살며, 몇 명이나 있는지” 조사한 뒤 관계 당국이 외국 국적으로 확인된 이들을 추방하는 방법을 찾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행하지만, 이탈리아 국적 집시들은 계속 거주하도록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비비시>(BBC) 방송은 이탈리아엔 루마니아와 유고슬라비아에서 흘러온 13만~17만명의 집시가 있으며, 절반 정도는 아직 이탈리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살비니 장관은 “불법 이민자 50만명을 쫓아내겠다”는 극우적인 정책을 내세워 지난 3월 총선에서 승리한 극우 정당 연합체인 ‘연합’의 대표다. ‘연합’과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은 협상 끝에 1일 무명의 법학 교수 주세페 콘테를 총리로 내세워 연립정권을 출범시켰다. 이후 난민 문제 등을 다루는 내무장관에 취임한 살비니는 이민자들을 향해 “짐 쌀 준비를 하라”고 말하거나, 629명이나 되는 난민을 가득 태운 구조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거부해 주변국들로부터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살비니 장관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전국에서 비난 여론이 쏟아졌다. 이탈리아의 유대인 단체를 이끄는 노에미 디 세니는 “80년 전 무솔리니 시절의 유대인 탄압에 필적할 만한 일”이라 비난했고, 파올로 젠틸로니 전 총리는 트위터에 “어제는 난민, 오늘은 집시에게 총을 겨눴다. 내일은 우리가 표적이 될 것”이란 글을 남겼다. 살비니와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한 루이지 디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마저 “위헌적” 발상이라며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살비니 장관은 결국 19일 “누군가의 지문을 채취하고 기록하자는 게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집시 거주지의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있는 수천명의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한발 물러났다. 그렇지만 이후 트위터에선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탈리아인들과 그들의 안전이 먼저”라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