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구조선 라이프라인호의 선장 클라우스페터 라이시(가운데)가 1일 법정을 나서는 가운데, 구호단체 활동가들이 그의 무죄를 주장하고 처벌 시도를 비난하는 구호를 적은 플래카드를 펼쳐보이고 있다. 발레타/로이터 연합뉴스
지중해 연안국들이 난민 구조선을 받지 않으려고 떠넘기기를 하는 가운데, 섬나라 몰타가 구조선을 압류하고 선장을 기소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독일 구호단체 ‘미션 라이프라인’이 운용하는 구조선 라이프라인호의 선장 클라우스페터 라이슈(57)의 공판이 2일 몰타 수도 발레타의 법원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몰타 검찰은 라이프라인이 자국 해역을 불법 침범했으며, 적법한 선박 등록 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그를 기소했다.
라이프라인은 지난달 리비아 근처 바다에서 좌초한 난민선에서 234명을 구조했다. 이 배는 난민들을 내려놓으려고 이탈리아와 몰타에 입항 허가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몰타 정부는 이후 비난 여론이 일자 이탈리아 등과 난민들을 나눠 수용하는 조건으로 입항을 허가했다.
리비아 부근 해역에서 구조한 난민 234명을 태우고 항해하는 라이프라인호.
라이슈 선장은 법정에서 “난 어떤 불법행위도 하지 않았다. 234명의 목숨을 구하고 다른 2건의 구조 작전을 도왔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저 바다에서 여성들과 남성들, 아이들이 죽어간다. 난 익사한 사람들 모습을 신문이 아니라 내 눈으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1만유로의 보석금을 내고 석방돼 재판을 받고 있다. 라이슈 선장은 리비아 해안경비대가 구조를 전담하면 된다는 유럽 정부들의 입장에 관해 “그쪽 배들은 구명조끼도 구급 약품도 없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몰타는 이날 독일 구호단체 ‘시 워치’가 운용하는 난민 구조선 ‘시 워치 3호’도 자국 항구에서 압류했다. 구조선 입항 거부뿐만 아니라 단속도 본격화한 것이다. 몰타는 지중해 복판에 있어 그동안 구조선들의 보급 기지 역할을 해왔다.
지난달 30일에는 스페인 구조선 ‘오픈 암스’가 전복된 고무보트에서 구해낸 난민 60명을 태우고 이탈리아와 몰타에 입항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한 뒤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지난 주말 리비아 주변 해역에서는 난민선들이 난파당해 2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