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05 15:27
수정 : 2018.07.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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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맹독성 신경물질 노비촉에 노출돼 의식을 잃은 상태인 40대 남녀. 영국 언론들은 남성의 이름이 찰리 롤리, 여성의 이름이 던 스터지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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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파이 부녀 중태 빠트린 맹독성 신경물질
이웃 마을 사는 남녀도 중태…영국 긴급대책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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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맹독성 신경물질 노비촉에 노출돼 의식을 잃은 상태인 40대 남녀. 영국 언론들은 남성의 이름이 찰리 롤리, 여성의 이름이 던 스터지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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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40대 남녀 커플이 냉전 시대에 소련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신경물질 노비촉에 노출돼 중태에 빠졌다.
닐 바수 런던 경찰청 치안감(대테러 담당)은 4일 밤 기자회견을 열어 남부 월트셔주 에임즈버리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40녀 남녀가 “노비촉에 노출된 것을 보여주는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바수 치안감은 “이들이 누군가의 공격에 표적이 됐는지를 보여주는 정보나 증거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며 “두 사람의 배경을 둘러봐도 (이런 공격을 당할 만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현지 언론 보도를 보면, 지난달 30일 먼저 던 스터지스(44)라 알려진 여성이 갑자기 의식을 잃었고, 찰리 롤리(45)라 알려진 남성도 이어 의식을 잃었다. 경찰은 처음에는 “헤로인이나 (흡입하는 형태의) 크랙 코카인에 의한 중독일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정밀 검사로 확인된 물질은 ‘놀랍게도’ 노비촉이었다.
이번 사건이 비상한 관심을 끄는 것은 불과 넉달 전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 때문이다. 러시아 육군 대령 출신으로 영국 해외정보국(MI6)의 스파이 노릇을 했던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아(33)는 3월4일 에임스베리에서 불과 11㎞ 떨어진 솔즈베리에서 같은 노비촉 공격을 받고 중태에 빠졌다. 부녀는 목숨을 건졌지만, 영국 사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2차대전 이후 유럽 땅에서 발생한 첫 화학무기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고 맹비난했지만, 러시아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영국 정부는 5일 긴급대응위원회를 소집해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 위원회 위원장인 사지드 자비드 내무장관은 “경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완전한 사실 확인을 위한 충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100여명의 대테러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평범한 40대 커플이 어떻게 노비촉에 노출됐는지 오리무중이어서 지난 3월 사건처럼 ‘미제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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