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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0 15:55 수정 : 2018.07.11 09:16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

11·12일 나토 정상회의 앞 유럽 동맹들에 “국방비 더 쓰라”
“유럽은 그러면서 미국에 무역흑자 본다” 불만 노골적 표출
영국 거쳐 16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핀란드서 정상회담
유럽 순방이 반유럽-친러로 흐르면 대서양 동맹 타격 불가피
메르켈 독일 총리, 리커창 중국 총리와 “다자주의” 한목소리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
‘국방비 분담’을 둘러싸고 거대한 파열음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11~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전후 세계 질서를 지탱해 온 미국과 유럽 사이의 ‘대서양 동맹’의 장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중국은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 “세계무역과 다자주의를 존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밤 트위터를 통해 나토 동맹국들이 더 많은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는 지론을 강경한 어조로 다시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다른 국가들보다 나토에 훨씬 많은 돈을 쓴다. 이는 공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은 (국방비로 국내총생산의) 4%를 쓰는데 독일은 1%를 쓰고 있다. 어떤 계산에 따르면, 미국은 나토 비용의 90%를 대지만, 많은 국가들이 여전히 (나토의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 2%에 전혀 못 미친다. 유럽연합(EU)은 그러면서 미국을 상대로 커다란 무역 장벽을 설치해 1억5100만달러(실제로는 1510억달러-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billion(10억)을 million(100만)으로 오기함)의 무역 흑자를 기록했다. 안 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몇몇 나토 정상들에게 “미국 내에선 일부 동맹이 (충분한 국방비를) 부담하지 않는 것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독일을 방문한 리커창 중국 총리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베를린/신화 연합뉴스
더 큰 문제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후 일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부터 나흘간 영국을 방문한 뒤 16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제임스 골드게이어 아메리칸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련의 위협으로부터 유럽을 지키려고 만든 군사 동맹(나토)의 지도자들보다 푸틴 대통령을 더 따뜻하게 대한다면 “나토와 대서양 관계(미국과 유럽의 전통적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는 기나긴 길에 접어드는 것을 의미한다”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실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공화당 유세에서 껄끄러운 관계인 메르켈 총리에 대한 적대감과 푸틴 대통령에 대한 호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독일을 향해 “그들은 러시아로부터 자신들을 방어하기를 원하지만 동시에 러시아에 수십억달러를 지불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것에 비용을 지불하는 얼간이다. 나는 나토에 가서 당신들은 (당신들의) 영수증에 지불해야 한다고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에 대해선 “푸틴은 좋다. 그는 좋은 사람”이라고 거듭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토의 유럽 내 군사 훈련 중단, 유럽 배치 미군 감축, 2014년 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이어지는 대러시아 제재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가운데 일부를 받아들이거나 타협적 자세를 보이면 나토는 회복이 힘든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한편 메르켈 총리와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9일 독일 베를린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그 체제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선언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개전했고, 미-유럽연합도 심각한 무역 갈등을 겪는 상황에서 중국과 유럽이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에 대항해 연대를 꾀하려는 듯한 모습이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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