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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2 16:55 수정 : 2018.07.12 21:21

국방비 상향 노골적 압박에 나토 사무총장은 ‘쩔쩔’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 욕하자 독일 쪽은 불쾌감 표출
EU 상임의장은 “미국은 동맹을 존중하라”고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유럽 정상들한테 학생들을 꾸짖는 선생님마냥 행동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며칠 뒤 “유럽인들은 우리 스스로의 손으로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수업’을 불쾌하게 받아들인 여러 지도자들의 정서를 대변했다.

11~12일 올해 나토 정상회의도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꾸중으로 점철되면서 유럽 지도자들은 씁쓸함을 맛봐야 했다. 첫 희생자는 나토의 ‘대주주’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11일 조찬을 대접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1일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들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의 조찬장 입장 때부터 “올바른 미디어와 가짜 뉴스 미디어”가 들어온다고 말하며 거친 입담을 예고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많은 나라가 여러 해에 걸쳐 우리한테 엄청난 돈을 빚졌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인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여러 회원국이 지난해 국방비를 늘렸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왜 지난해에야 그랬냐”고 물었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당신의 지도력 덕분”이라며 아첨성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주요 타깃인 독일에 대한 험담을 쏟아냈다. 러시아 천연가스를 사면서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거냐며, 독일은 “러시아에 완전히 조종당한다”, “러시아의 포로”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와 1시간 동안 회담한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듯 친밀감을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총리와 아주 아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독일과 굉장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했다. 메르켈 총리도 “우리는 좋은 파트너”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본부를 떠나면서 트위터에 “독일이 가스와 에너지 값으로 러시아에 수십억달러를 지불한다면 나토에 좋을 게 뭐냐”는 글을 올려 다시 뒤통수를 쳤다.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소련의 통제를 받은 동독 출신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우리는 독립적으로 정책을 결정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하는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반박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트위터에 “우리는 러시아의 포로도 미국의 포로도 아니다”라며 불쾌감을 표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백악관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의 악수 제의를 거부했을 때부터 두 정상은 불화설을 겪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의 맏형인 독일을 연일 공격하자 다른 지도자들도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같은 날 양자회담을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기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동의하느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고맙다. 아주 고맙다”며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도널드 투스크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지난 10일 트위터를 통해 “친애하는 미국, 동맹을 존중하시오. 그러지 않으면 많은 동맹이 사라질 것이오”라고 경고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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