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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5 17:06 수정 : 2018.07.15 20:32

‘엔조이 리스펙트 베네치아’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질서 유지 안내원이 계단에서 음식물을 먹고 있는 관광객들을 제재하고 있다.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관광 당국, 도시 이미지 지키기 위해 질서 유지대 꾸려
지정된 장소 제외한 야외 음식물 섭취·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
다리 위 멈춰 서지 않기·우측 통행 등 규칙 정해 제재키로
당국이 요구하는 규칙 과하다는 비판도

‘엔조이 리스펙트 베네치아’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질서 유지 안내원이 계단에서 음식물을 먹고 있는 관광객들을 제재하고 있다. <가디언> 누리집 갈무리
앞으로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서는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배낭여행객의 모습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 베네치아 관광 당국이 도시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관광객들의 ‘무례한’ 행동을 감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14일 <가디언>을 보면 베네치아 관광 당국은 15명이 소속된 질서 유지대를 꾸리고 도시 곳곳을 돌며 관광객에게 규칙을 지켜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엔조이 리스펙트 베네치아’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질서 유지 안내원들에게 행동을 제재당할 수 있다. <가디언>은 이들을 ‘샌드위치 경찰’이라고 소개했다. 주요 관광지에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우는 이들까지 적발하기 때문이다.

산마르코 광장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벨기에 출신 레베카 칼레워트 가족은 “여기서 먹을 수 없다면 샌드위치를 포장 판매하는 가게도 제재해야 한다”면서 “소매치기 잡는 일 같은 집중할만한 더 중요한 일이 있을 것이다”, “우린 쓰레기를 잘 버릴 수 있다”고 황당해 했다. 이들의 유일한 선택은 카푸치노 가격이 12유로(약 1만5800원)에 달하는 노천카페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정박한 크루즈선. 세계기념물기금 갈무리
이 질서유지대가 요구하는 규칙이 조금 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 당국은 관광객들이 지정된 장소에서 야외 식사를 하거나, 음식점을 이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거나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일, 수영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일이 허용되지 않는다. 좁은 길을 걸을 땐 흐름을 막지 않도록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 다리 위에 멈춰 있거나, 자전거를 타는 일도 금지된다. 또 운하에 발을 담그거나, 술에 취해 운하에 오줌을 싸는 일도 당연히 안 된다. <가디언>은 “이들이 지역 경찰을 돕는 ‘부드러운 조력자’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베네치아에선 오래전부터 이런 내용이 ‘금지 행동’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투어리즘 포비아’(관광 공포증)가 극에 달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반발이 거세졌고, 관광 당국은 질서유지대를 꾸려 이런 행동을 제재하기로 했다. 파오라 마 베네치아관광청장은 “싱가포르에 가서 바닥에 담배꽁초를 버리면 수갑을 찬다. 우리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지만, 규칙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다고 덧붙였다.

베니스 바이 베네티안스닷컴 누리집 갈무리
이와 함께 관광객 통제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일일 관광객 숫자가 기준을 넘어서면 산마르코 광장과 리알토 다리로 향하는 길목 2곳에 설치된 입구가 폐쇄되고, 호텔을 예약했거나 수상버스카드인 베네치아 유니카 패스를 소지한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게 한다. 지난 5월 초 연휴를 맞아 처음 도입된 이 시스템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오는 8월 말까지 다시 작동한다.

그러나 베네치아 시민단체 ‘그루포 25 아프릴레’ 대표 마르코 개스파리니띠는 “운하에서 발을 시원하게 하거나, 앉아서 샌드위치를 먹는 것을 제재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문제들이 있다”며 “관광 당국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마케팅 도구일 뿐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하루에 6만명, 매년 3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베네치아에선 현지인 삶이 잠식됐다는 우려가 끊이질 않고 있다. 2차대전 이후 17만5000명이던 이 지역 주민은 현재 5만4000명으로 줄어들었고, 급등한 임대료와 물가로 여전히 한 해에 1000명씩 고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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