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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7.18 14:55 수정 : 2018.07.18 16:58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

제호퍼, 아프간인 대거 추방 자랑했지만
추방자 송환 뒤 스스로 목숨 끊어
강경한 반난민 정책 주도하다가 역풍 만나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
“69살 내 생일에 69명을 추방했다.”

호르스트 제호퍼 독일 내무장관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웃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난민 심사에서 탈락한 아프가니스탄인 69명을 자신의 생일인 지난 4일에 추방했다는 것을 재치 있게 표현한 셈이다. 이런 농담은 추방자들 중 한 명이 송환 뒤 목숨을 끊으면서 비극적 설화가 됐다. <슈피겔>은 추방된 아프간인 자말 나세르 마흐모디(23)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마흐모디는 다른 68명과 함께 비행기로 아프간으로 송환됐다. 7년 전 독일에 온 그는 절도와 금지 약물 복용 등이 문제가 돼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송환 비행편 탑승자들은 독일 경찰관들이 각각 1~2명씩 붙었고, 대화도 금지된 상태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일부는 전쟁으로 피폐해진 아프간으로 다시 돌아가는 처지를 비관해 눈물을 쏟았다고 했다.

마흐모디 일행은 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국제이주기구가 송환자들을 임시 수용하는 1성급 호텔에 묵었다. 마흐모디는 도착하자마자 현지 친구를 만나 불만을 털어놓으면서, 독일에서 오래 있었기에 아프간이 오히려 외국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호텔 매니저에게 혼자 있고 싶다고 말한 그는 지난 8일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제호퍼 장관은 이런 사정을 모른 채 새 이민 정책을 발표하면서 아프간인 대거 추방을 자랑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지시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자신의 생일에 추방된 인원이 “보통 때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독일은 올해 들어 아프간인 난민 신청자 148명을 추방했다.

제호퍼 장관은 기독사회연합 대표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기독민주연합)의 연정 파트너다. 그는 최근 반난민 정책을 밀어붙이며 메르켈 총리를 위기에 빠트린 장본인이다. 결국 메르켈 총리는 오스트리아와의 국경 지대에 난민 유입을 감시할 검문 체계를 구축하고, 제3국에서 난민 신청을 한 이들은 국경을 못 넘게 만들면서 제호퍼 장관의 강경한 입장을 수용했다. 그러지 않으면 70여년간 이어진 기민련-기사련 정치 동맹이 깨질 뻔했다.

독일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제호퍼 장관을 비난하며, 일각에서는 사임 요구까지 하고 있다. 얼마나 인권에 무심하면 그런 농담을 하냐는 것이다. 사회민주당 소속인 레나테 슈미트 전 가족부 장관은 “인간성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다”고 비난했다. 국제이주기구는 “강제 추방은 낙오자라는 오명을 남기며, 위험한 재이민 시도로 이어질 수 있고, 추방자에게 고통을 가중시킬 위험이 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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