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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19 17:33 수정 : 2018.08.19 21:18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독일 베를린 교외의 총리 별장인 메제베르크 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번 정상회담은 2014년 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악화됐던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푸틴과 만나 미국과 다른 해법 도출
미국과 갈등 중인 터키와도 관계개선
메르켈이 천명했던 ‘유럽인으로서 운명 개척’ 행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독일 베를린 교외의 총리 별장인 메제베르크 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번 정상회담은 2014년 초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악화됐던 양국 관계 개선의 ‘신호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유럽연합(EU)의 중심국가 독일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미국 제일주의’에 반기를 들며 주요 국제 현안에서 미국과 다른 접근을 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18일 베를린 교외의 총리 별장인 메제베르크 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시리아 내전 △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프로젝트 △이란 핵협정 등에 대해 협의했다. 푸틴 대통령이 독일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한 것은 2014년 초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뒤 처음이다.

이 회담에서 두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온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프로젝트 완공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메르켈 총리는 회담에 앞서 이 가스관 건설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우크라이나를 배려해 “노르트스트림2가 가동돼도 우크라이나는 유럽에 대한 가스 중개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 가스관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가스관을 통한 가스 공급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발트해 해저에 매설되는 노르트스트림2로 인해 소외감을 느끼는 우크라이나 등 동유럽 국가들을 달래면서 가스관 완공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독일이 이 가스관으로 인해 ‘러시아의 포로’가 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현직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이 가스관의 완성을 막기 위한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국은 또 막바지에 이른 시리아 내전의 처리 방침에도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독일이 시리아 내전을 종식하는 협상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역할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시리아 내전에서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왔고, 내전 이후 시리아를 재건하는 데 유럽 국가들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금이 간 양국 관계에 복원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라고 묘사했다. 이를 추동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대외 정책이었다. 슈테판 마이스터 독일외교위원회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아래 미국이 진행해온 정책이 이런 화해의 중요한 추동자”라며 “두 정상은 그들이 더이상 협박받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워싱턴에 보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독일이 최근 미국에 반기를 든 사안은 그밖에도 많다. 메르켈 총리는 15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하고 다음달 28일 에르도안 대통령의 독일 ‘국빈 방문’에 합의했다. 이날 통화에서 메르켈 대통령은 “강력한 터키 경제가 독일에도 이익이 된다”고 강조하며, 두 나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독일·영국·프랑스 등 이란 핵협정 당사국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5월 초 이란 핵협정을 일방 파기한 뒤 7일부터 이란에 대한 1차 경제제재에 나서자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제재에 따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국가들의 이해를 고려하지 않고 이란과 터키를 상대로 일방주의적 정책을 밀어붙이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직후인 지난해 5월 유럽은 더는 미국과의 동맹에 매달릴 수 없다며 “우리는 유럽인으로서 우리 운명을 위해 우리 스스로 싸워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선언은 미국 일방주의에 맞서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의 독립선언’이라는 평가를 얻을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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