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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26 17:58 수정 : 2018.08.26 22:25

프랑코의 묘가 있는 ‘전몰자 계곡’의 교회.

사회당 내각, 제3의 장소 이장 법안 마련
“프랑코를 희생자들 근처에 놔둘 수 없다”
거대·화려한 묘지, 추모 공간 폐지도 노려

프랑코의 묘가 있는 ‘전몰자 계곡’의 교회.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스페인의 프랑코는 ‘파시스트 삼총사’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2차대전 패전으로 단죄를 받았지만, 일찌감치 대전에서 발을 뺀 프랑코는 천수를 누리며 권력을 휘두르다가 1975년 83살을 일기로 사망했다.

스페인 정부가 ‘유럽의 마지막 파시스트 기념물’인 프랑코의 묘를 철거하려고 하자 보수 정치권 및 그의 자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고 <엘파이스>가 25일 보도했다.

6월에 출범한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사회당 내각은 24일 프랑코의 주검을 수도 마드리드에서 가까운 과다라마산맥의 ‘전몰자 계곡’에서 발굴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 발효되면 후손들에게 15일간의 기회를 준 뒤, 후손들이 응하지 않으면 정부가 지정한 곳으로 묘를 옮길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는 “프랑코의 묘를 그곳에 놔두는 것은 주변에 묻힌 희생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스페인 정부가 프랑코의 사후 43년 만에 이장을 추진하는 것은 우선 그 위치 때문이다. ‘전몰자 계곡’에는 스페인 내전(1936~39년) 때 프랑코가 이끈 국민당 쪽, 이들과 싸운 공화파 양쪽의 희생자 3만3800명이 묻혀있다. 프랑코는 생전에 자신의 승리를 기념하고 “국가적 속죄”의 상징으로 삼겠다며 이곳에 공동묘지와 기념물들을 설치했다.

24일 관람객들이 ‘전몰자 계곡’교회 안에 있는 프랑코의 묘를 둘러보고 있다. AP 연합뉴스
또 하나는 이곳이 웅대한 영묘로서 그를 추모하는 공간이 돼왔다는 점이다. 152m나 되는 십자가 아래에 있는 거대한 교회 안에 프랑코의 주검이 안치돼 있다. 수십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의 주도자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무덤에 잠들어 있는 사실은 민주화 이후의 스페인 사회에서 계속 논란이 돼왔다. 카르멘 칼보 부총리는 “다른 나라들을 봐도 우리처럼 40년씩이나 이런 상황을 유지하는 곳은 없다. 프랑코에 대한 기억을 영광스럽게 여기는 것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회당은 과거 집권기에도 프랑코 묘의 이전을 추진하거나 관람을 중단시키는 등 ‘역사 청산’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보수 국민당은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프랑코의 손주 7명도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장을 막겠다고 밝혔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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