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19 17:12
수정 : 2018.09.19 22:17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중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공동 기자회견서 러시아 군사력 억지 위해 영내 미군 기지 설치 요청
“러시아 자극하고, 나토 회원국에 불필요한 도발로 여겨질 것” 지적 나와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과 공동 기자회견을 하던 중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폴란드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영구적인 미군주둔을 실현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사를 밝혔다. 폴란드가 20억달러(약 2조2420억원)를 부담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기지명 넣겠다는 제안까지 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1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포트 트럼프(Fort Trump·트럼프 기지)라는 이름의 미군 영구 주둔기지를 설치하고 싶다. 가능하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다 대통령의 ‘포트 트럼프’ 발언에 오른쪽 눈썹을 치켜세우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전했다. 폴란드 국방부는 5월에도 미국 국방부에 이런 의사를 전달했다.
두다 대통령의 이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먼저 양국에 대한 군사적 보호와 비용 등의 관점에서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폴란드가) 비용을 지출한다면, 반드시 논의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배치된 미군 3만5000명은 대부분 독일에 주둔해 있다. 이 가운데 4000여명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유럽 회원국인 폴란드·루마니아·불가리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 순환배치 형식으로 드나들고 있다.
미국은 내년 초 폴란드에 영구적인 기지 설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논란의 여지가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1997년 중·동부 유럽에 실질적·영구적 전투력 주둔을 금지하기로 한 ‘나토-러시아 상호 관계 및 협력, 안보에 관한 기본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기지 1곳만 구축하는 게 아니라 훈련장, 관리시설 등 모든 것을 논의해야 한다”, “결정된 것은 없으며, 우리는 공부하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내놨다.
이 문제는 냉전 해체 이후 러시아를 자극해 온 해묵은 ‘안보 이슈’기도 하다. 1990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동독에서 소련군을 철수하며 제임스 베이커 미국 국무장관과 헬무트 콜 서독 총리로부터 “나토는 동유럽으로 확장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소련 해체 뒤 나토는 약속을 어기고 동진을 거듭했다. 소련 주도 군사동맹인 바르샤바조약기구에 속했던 폴란드도 1999년 헝가리·체코와 함께 나토에 가입했다.
폴란드에 영구적 미군기지까지 설치되면,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프랑스·독일 등 유럽 열강의 침공 통로가 돼온 서부 국경의 안전에 사활을 걸어왔다. 소련 붕괴 뒤 독립해 현재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는 러시아의 형제국이다.
이에 견줘 폴란드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하고, 조지아를 공격하는 등 주변국에 군사적 위협을 본격화하고 있어 미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보수적인 법과정의당을 이끄는 두다 대통령은 사법 독립 침해 등을 이유로 유럽연합(EU)과 마찰을 빚어왔지만, 포퓰리즘적 성향이 맞는 트럼프 행정부와 친밀함을 과시해왔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